다리뼈 골절 딛고 3개 대회 완주
참가비 구하려 기업 100여곳 '노크'
한경 인턴 경험이 자신감 심어줘
중학교 때 종아리뼈 골절 후유증으로 아직도 움직임이 불편한 한 대학생이 사막마라톤 그랜드 슬램 달성을 눈앞에 둔 극한의 마라토너로 변신해 화제다. 주인공은 2006년 ‘생글생글’(한국경제신문 고교생 경제신문) 2기 학생기자로 활동했던 윤승철 군(23·동국대 2학년·사진)이다. 지난달 16일 중국 고비사막 마라톤을 완주하고 돌아온 윤군을 지난 2일 만났다.
“사막마라톤은 지구상에서 가장 뜨겁고(사하라), 춥고(남극), 건조하고(칠레 아타카마), 바람이 많이 부는(중국 고비) 극지에서 벌이는 레이스입니다. 하루 최대 60㎞씩 1주일간 250㎞를 달려야 합니다. 비만과 평발에 다리 움직임까지 완전하지 않았던 제가 해낼 수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윤군이 사막마라톤을 접한 것은 4년 전이다. 중학교 때 유리조각을 밟아 넘어지는 바람에 왼쪽 종아리뼈가 여러 조각으로 부러져 걷는 것조차 힘들었던 그는 2008년 동국대 문예창작학과에 입학, 소설 소재를 찾다가 사막마라톤을 알게 됐다. “정말 마음 속에서 뭔가가 꿈틀했어요. 사막마라토너들의 사진을 보는 순간 ‘이건 글을 쓸 게 아니라 내가 꼭 해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바로 의사를 찾아가 운동을 해도 되는지 물어보고 그날부터 남산 산책로에서 운동을 시작했어요. 하루 3㎞ 걷기로 시작해서 10㎞ 달리기로 늘렸지요.”
내친 김에 체력을 테스트해 볼 겸 이듬해 1월 해병대에 자원입대했다. 자신이 붙은 윤군은 2010년 11월 제대하자마자 본격적인 사막마라톤 준비에 나섰다. 첫 번째 난관은 참가비였다. 사하라 사막마라톤 참가비는 3300달러(약 400만원). “기업체 100여곳을 찾아갔습니다. ‘생글 기자’와 한경 인턴(2008년) 경험이 큰 도움이 됐어요. 사람들을 만나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방법을 배웠거든요. 밀레코리아에서 장비 일체를 제공받고, 참가비와 항공료는 학교에서 지원받았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지 불과 9개월여 만에 세 번이나 완주한 윤군. 한국인 중 4개 대회를 완주한 사람은 모두 7명. 이제 윤군은 11월 남극 사막마라톤만 완주하면 세계 최연소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