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는 높은 예대마진으로 인해 국내 은행들에 인기가 높다. 국내 보험사들 역시 이 지역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의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현지 금융회사를 인수·합병(M&A)하는 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올초부터 인도네시아 금융회사 M&A를 추진했거나 추진 중인 금융회사는 국민 신한 우리 외환 산업 기업 등 은행권 6곳과 삼성생명 대한생명 삼성화재 등 보험사 3곳이다. 이 가운데 아직 인수에 성공한 곳은 없다.

신한은행은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지만 성사되진 않고 있다.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은 현지 은행 M&A를 포기하고, 현지 대형 은행들과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보험사도 아직 성공한 사례는 없다. 삼성생명은 인도네시아 현지 보험사 M&A에 실패했다. 최근 현지에서는 시장에서 철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인도네시아 현지 보험사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인구가 많아 잠재력은 크지만 국민소득이 3000달러에 불과한 상황”이라며 “이런 소득수준에서 생명보험에 가입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나마 M&A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은 우리은행뿐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사우다라은행 지분 33%를 인수키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으면 이 은행의 2대주주가 되고 추가 지분확보를 통해 1대주주가 될 전망이다.

대한생명은 자카르타에 있는 자산 200억원 규모의 소형 보험사 인수를 추진 중이다. 현지 보험업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것을 목표로 대상을 물색해와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에서 상당한 네트워크를 가진 국내 금융회사만이 현지 금융회사를 M&A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이 외국인의 현지 금융회사 지분 소유한도를 40% 미만으로 제한하려 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상학 우리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장은 “한국 은행 중 가장 오랜기간인 20여년간 현지 업무를 수행해 네트워크가 좋은 편”이라면서 “사우다라은행 인수가 확정되면 사우다라은행의 개인금융과 우리은행의 기업금융이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자카르타=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