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허위광고 'GSK 검은 상술'…美당국, 3조4000억원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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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치료제를 다이어트 약으로 선전
허가없이 의사가 처방하는 '오프라벨' 악용
보건 사기혐의 합의금으론 美 역사상 최고
허가없이 의사가 처방하는 '오프라벨' 악용
보건 사기혐의 합의금으론 美 역사상 최고
영국계 대형 제약업체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미국 당국으로부터 총 30억달러(약 3조4155억원)의 벌금을 부과받는 초대형 제약 사기 스캔들이 발생했다. GSK는 우울증 치료제를 의사들이 비만 치료 등의 목적으로 용도 외로 처방하도록 유도했다.
또 당국에 약품 안전성에 대한 보고를 소홀히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국이 연구·개발보다 마케팅에 돈을 퍼부으며 소비자들을 속이고 비싼 약을 팔아온 제약업계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보고 있다.
◆항우울제 불법 판촉활동
미국 법무부는 2일(현지시간) “GSK가 자사 의약품을 부당하게 판촉하고, 안전정보를 미 식품의약국(FDA)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로 30억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보건 관련 사기혐의 합의금으로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금액이다. 합의금 중 10억달러는 형사벌금이고 나머지 20억달러는 미국 내 연방 및 주정부와의 민사합의금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GSK 의약품은 우울증 치료제인 ‘팍실’과 ‘웰부트린’이다. GSK는 18세 이하에 대해선 팍실의 판매 승인이 나지 않았음에도 1998년부터 2003년까지 6년간 어린이와 청소년을 상대로 판촉 활동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2001년 GSK는 외부 의학전문 출판사에 돈을 주고 “임상시험 결과 팍실이 어린이 우울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출판했다. 이후 팍실의 마케팅에 논문 내용을 활용했다.
웰부트린이 체중 감량과 성기능 장애 치료,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 효과도 있는 의약품인 것처럼 광고해 의사들의 처방을 유도했다. 웰부트린은 오로지 항우울제 용도로만 승인이 나 있는 약품이다.
법무부는 “GSK가 2001~2007년 당뇨병 치료제인 ‘아반디아’에 대한 안전성 연구 결과도 보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반디아 복용시 인체 심혈관이 받는 영향에 관련된 내용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앤드루 위티 GSK 회장은 “우리가 실수를 저질렀고 해당 직원을 해고했다”고 말했다. GSK는 벌금과 함께 앞으로 5년 동안 미국 정부의 감시를 받기로 합의했다.
◆오프라벨 마케팅 경종 울릴까
GSK가 팍실과 웰부트린의 판매에 활용한 기법은 ‘오프라벨(off-label) 마케팅’이라고 불린다. 보건당국의 허가를 거치지 않고 의사 판단 아래 처방하는 이 기법은 일종의 관행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GSK는 의사들에게 자사 약품을 환자들에게 처방하도록 하와이 휴가권, 무료 스파 이용권, 유럽 꿩사냥 여행권, 마돈나 콘서트 티켓 등 뇌물을 제공했다. 의사들은 오프라벨을 악용해 잇속을 챙겼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많았다.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는 2009년 관절염 치료제인 ‘벡스트라’를 팔면서 FDA의 승인을 받지 않은 약효를 마치 입증된 것처럼 의사들에게 선전해 총 23억달러의 벌금을 당국에 냈다. 벡스트라는 뇌졸중과 심장마비 등 부작용을 일으켜 2005년 시장에서 퇴출됐다.
같은 해 대형 제약회사인 일라이릴리도 정신질환 치료제 ‘지프렉사’를 불법 마케팅한 혐의로 14억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스위스 제약회사 노바티스도 2010년 미국에서 간질 치료제 ‘트리렙탈’에 대한 유사혐의로 4억2000만달러의 벌금을 냈다.
이승호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보건당국이 치료 목적에서 벗어난 오프라벨 관행을 막기 위해 전례 없이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한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자칫 항암제나 줄기세포 치료제와 같이 입증이 쉽지 않은 약품의 처방을 막는 결과가 생겨 소탐대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오프라벨 마케팅
off-label marketing. 제약사가 의약품을 본래 이외의 용도로 처방하도록 의사들을 상대로 펼치는 마케팅을 뜻하는 제약업계 용어다. 더 이상 처방할 약이 없는 말기암 환자나 의약품 개발이 힘든 희귀병 환자를 겨냥해 제약사가 오프라벨 마케팅 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제약사는 약품 용도를 넓혀 매출을 높일 수 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또 당국에 약품 안전성에 대한 보고를 소홀히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국이 연구·개발보다 마케팅에 돈을 퍼부으며 소비자들을 속이고 비싼 약을 팔아온 제약업계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보고 있다.
◆항우울제 불법 판촉활동
미국 법무부는 2일(현지시간) “GSK가 자사 의약품을 부당하게 판촉하고, 안전정보를 미 식품의약국(FDA)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로 30억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보건 관련 사기혐의 합의금으로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금액이다. 합의금 중 10억달러는 형사벌금이고 나머지 20억달러는 미국 내 연방 및 주정부와의 민사합의금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GSK 의약품은 우울증 치료제인 ‘팍실’과 ‘웰부트린’이다. GSK는 18세 이하에 대해선 팍실의 판매 승인이 나지 않았음에도 1998년부터 2003년까지 6년간 어린이와 청소년을 상대로 판촉 활동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2001년 GSK는 외부 의학전문 출판사에 돈을 주고 “임상시험 결과 팍실이 어린이 우울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출판했다. 이후 팍실의 마케팅에 논문 내용을 활용했다.
웰부트린이 체중 감량과 성기능 장애 치료,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 효과도 있는 의약품인 것처럼 광고해 의사들의 처방을 유도했다. 웰부트린은 오로지 항우울제 용도로만 승인이 나 있는 약품이다.
법무부는 “GSK가 2001~2007년 당뇨병 치료제인 ‘아반디아’에 대한 안전성 연구 결과도 보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반디아 복용시 인체 심혈관이 받는 영향에 관련된 내용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앤드루 위티 GSK 회장은 “우리가 실수를 저질렀고 해당 직원을 해고했다”고 말했다. GSK는 벌금과 함께 앞으로 5년 동안 미국 정부의 감시를 받기로 합의했다.
◆오프라벨 마케팅 경종 울릴까
GSK가 팍실과 웰부트린의 판매에 활용한 기법은 ‘오프라벨(off-label) 마케팅’이라고 불린다. 보건당국의 허가를 거치지 않고 의사 판단 아래 처방하는 이 기법은 일종의 관행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GSK는 의사들에게 자사 약품을 환자들에게 처방하도록 하와이 휴가권, 무료 스파 이용권, 유럽 꿩사냥 여행권, 마돈나 콘서트 티켓 등 뇌물을 제공했다. 의사들은 오프라벨을 악용해 잇속을 챙겼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많았다.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는 2009년 관절염 치료제인 ‘벡스트라’를 팔면서 FDA의 승인을 받지 않은 약효를 마치 입증된 것처럼 의사들에게 선전해 총 23억달러의 벌금을 당국에 냈다. 벡스트라는 뇌졸중과 심장마비 등 부작용을 일으켜 2005년 시장에서 퇴출됐다.
같은 해 대형 제약회사인 일라이릴리도 정신질환 치료제 ‘지프렉사’를 불법 마케팅한 혐의로 14억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스위스 제약회사 노바티스도 2010년 미국에서 간질 치료제 ‘트리렙탈’에 대한 유사혐의로 4억2000만달러의 벌금을 냈다.
이승호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보건당국이 치료 목적에서 벗어난 오프라벨 관행을 막기 위해 전례 없이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한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자칫 항암제나 줄기세포 치료제와 같이 입증이 쉽지 않은 약품의 처방을 막는 결과가 생겨 소탐대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오프라벨 마케팅
off-label marketing. 제약사가 의약품을 본래 이외의 용도로 처방하도록 의사들을 상대로 펼치는 마케팅을 뜻하는 제약업계 용어다. 더 이상 처방할 약이 없는 말기암 환자나 의약품 개발이 힘든 희귀병 환자를 겨냥해 제약사가 오프라벨 마케팅 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제약사는 약품 용도를 넓혀 매출을 높일 수 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