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으로 6선 의원 출신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77·사진)이 영업정지된 저축은행과 기업 등에서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3일 오전 검찰에 출두한다.

검찰 관계자는 2일 “이 전 의원이 저축은행 등에서 돈을 받은 혐의를 입증할 단서를 잡았다”며 사법처리 방침을 시사했다.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이 전 의원이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50·구속기소)과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56·구속기소)에게서 여러 차례에 걸쳐 억대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합수단은 이 전 의원을 3일 오전 10시 대검찰청으로 소환해 저축은행 퇴출 저지 명목으로 돈을 받은 혐의 등에 대해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이 전 의원은 ‘피의자성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지만 조사 상황에 따라 ‘피의자’로 신분이 바뀔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단 관계자는 “한 차례 소환으로 끝내려고 하지만 수사 내용에 따라 추가 소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합수단은 가능하면 이날 이 전 의원 관련 모든 의혹을 조사하고 일단 돌려보낸 뒤 사전구속영장 등 사법처리 수순을 밟을 계획이다. 이 전 의원에 대한 혐의는 정치자금법 위반 또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다.

합수단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은 17대 대선 직전인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임 회장에게서 6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합수단은 일단 이 돈의 상당 부분이 해당 저축은행에 대해 각종 편의를 봐달라는 ‘보험금’ 성격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검사 무마 및 은행 퇴출 저지를 위한 구체적인 청탁 명목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는 김찬경 회장이 로비를 부탁하며 임 회장에게 건넨 현금 14억원 중 일부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단은 이 전 의원이 과거 계열사 사장으로 재직했던 코오롱그룹에서 자문료 형식으로 받은 1억5000만원이 불법 정치자금에 해당되는지도 규명할 계획이다. 이 전 의원실 여직원 계좌에서 발견된 7억원의 출처와 성격도 조사 대상이다. 합수단은 프라임저축은행 임원진이 이 전 의원에게 돈을 건넸는지 여부도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의 관련 진술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선 “백 회장의 진술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국철 SLS그룹 회장(50·구속기소)의 구명로비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3부(부장검사 심재돈)가 지난 1월 이 전 의원을 1차로 서면조사한 사실이 이날 뒤늦게 확인됐다.

합수단은 이 전 의원에 대한 사법처리를 마무리하면 솔로몬저축은행 등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70)와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55)에 대해서도 소환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합수단은 2008년 초 정 의원을 임 회장에게 소개해준 이호영 국무총리실 국정운영2실장(54)을 이날 오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 조사했다. 합수단은 이 실장을 상대로 정 의원을 임 회장에게 소개해준 경위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2007년 국회의원 공천을 청탁하며 이 전 의원에게 현금 2억원을 준 혐의를 받고 있는 김학인 한국예술종합진흥원 이사장(49·구속 기소)을 이날 소환 조사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