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로존 재정위기로 세계경제에 또 다시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도 수출 부진과 투자 위축으로 성장률 둔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세계경제는 지난 수십년 동안 여러 원인에 의해 주기적으로 호황과 불황을 거듭해 왔다는 점에서 지금의 경제위기도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런 세계경제의 사이클 변동 속에서 우리 경제가 해야 할 일은 위기를 관리하고 대처하는 능력과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역량을 한층 높여 나가는 것이다.

한국 경제는 1970년대 원유파동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위기 때마다 이를 슬기롭게 극복했다. 이른바 ‘창업 1세대 기업가’들을 비롯한 우리 기업가들은 남다른 위기 대처능력을 발휘,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 훗날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일등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그 결과 오늘날 세계 철강, 조선, 자동차, 반도체, 가전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선두주자로 우뚝 설 수 있었고, 나라 밖에서는 그것을 ‘한강의 기적’으로 높이 평가하고 있다. 경영학의 대부로 알려진 고(故) 피터 드러커 교수는 세계에서 기업가 정신이 가장 강한 나라로 한국을 지목했다. 또한 최근의 위기상황에 직면해 이미 상당수 우리 기업들이 대기업을 시작으로 경제위기를 정면 돌파하기 위한 ‘제2의 신경영’ ‘현장경영’에 돌입했다고 한다.

우리 기업들의 위기극복 저력은 아마도 우리 기업가들에게만 찾아볼 수 있는 남다른 DNA, 즉 어려운 상황에서도 도전해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불굴의 기업가 정신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기업가 정신은 타고나기도 하지만 교육을 통해 배양될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 경제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미래주역인 젊은 세대들에게 선대(先代) 기업가들의 기업가 정신을 온전히 물려주는 사회 전반의 노력이 필요하다.

한 나라의 경제가 성장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부단한 기술개발과 시장개척 노력 못지않게 개인과 나라의 발전을 위해 기업가의 꿈에 도전하는 젊고 유능한 인재를 키워내는 일일 것이다. 한마디로 기업가 정신은 경제를 발전시키는 마르지 않는 저수지인 셈이다. 미국이 오래 전부터 매년 11월에 기업가정신주간을 지정해 자국 청소년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가르치는 다양한 교육과 행사를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전경련이 미래 기업가 양성을 위해 지난 5월부터 야심차게 추진하는 ‘기업가정신 원정대’ 프로젝트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올해 처음으로 시작된 이번 사업은 전국 초·중등, 대학생 1만명에게 세계 일류기업으로 성장한 우리 기업의 산업현장을 보여주고 기업가 정신을 배우게 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에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포스코를 포함한 22개 기업이 동참하고 있는 것만 봐도 미래 세대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가르쳐야 한다는 우리 기업들의 절실함을 느낄 수 있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이뤄지고 있는 경제교육은 현실과 괴리돼 시험을 보기 위한 지식 축적에 치우쳤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의 경제에 대한 시각은 경제교육을 받지 않았을 때와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았다. 그런 점에서 젊은이들에게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인 셈인 이번 프로젝트는 딱딱한 이론중심의 학교 경제교육에서 벗어나 기업현장을 직접 체험하게 함으로써 미래 주역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새로운 경제교육의 모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10년을 내다보며 나무를 심고 100년을 내다보며 사람을 심는다는 말처럼, 젊은 세대에게 기업가 정신 나무를 심어 한국경제 100년을 이끌 인재를 키우는 이번 경제계의 노력에 각계 각층의 적극적인 동참과 격려가 필요하다. 우리 미래 세대가 이번 기업가원정대 참여를 계기로 올바른 기업관과 경제관을 갖도록 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또한 이런 과정에서 세계시장을 제패하는 일류 기업가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기 바란다.

손정식 < 한양대 경제학 명예교수 jsonny@hany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