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 대선 경선 캠프를 차릴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이 건물은 1997년 대선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선거 캠프로 썼던 곳이다. 민주통합당 대선주자인 김두관 경남지사의 싱크탱크 ‘생활정치포럼’ 사무실도 이 건물에 있다.

역대 대선 후보들이 선거 캠프를 차린 빌딩에는 공통점이 있다. 국회의사당 앞 국회대로와 산업은행 본점이 있는 은행로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 주로 국회대로 70길과 72길에 몰려 있다. 현재 대선 경선에 뛰어든 후보들도 대부분 이 지역에 캠프를 차렸다.

과거 주요 대선 후보 중 처음으로 여의도를 본거지로 택했던 이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그는 3당 합당 이듬해인 1991년 민주자유당 당사를 극동VIP빌딩으로 옮기고, 1992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이 빌딩은 박 전 위원장의 캠프가 차려질 대하빌딩과 서로 마주보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이전에는 종로구가 정치 1번지로 통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87년 종로 관훈동 민주정의당 당사에서 대선을 치렀다.

대하빌딩과 대각선 맞은편에 있는 남중빌딩에는 여당 대선주자인 김문수 경기지사와 정몽준 의원의 경선 캠프가 있다. 남중빌딩은 1997년 박찬종 전 의원의 대선 경선 캠프가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대하빌딩 바로 옆에 있는 용산빌딩은 이명박 대통령이 2007년 대선 경선 캠프로 사용한 뒤 ‘터가 좋다’는 소문이 돌았다. 지금은 선진통일당 당사가 이 건물에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손학규 상임고문의 선거 사무소는 국회대로 70길의 신동해빌딩에 있다. 또 다른 민주당 대선 후보인 문재인 상임고문이 임시 선거 사무소로 쓰고 있는 기계회관 건물은 국회대로 72길과 여의도순복음교회 사이에 있다. 문 고문은 다음달 초 여의도 한국거래소 옆 동화빌딩에 정식 캠프를 차린다.

정치권 관계자는 “역대 대선 캠프가 비슷한 지역에 몰려 있는 이유는 국회의사당과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도 단기 임대가 가능한 건물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의도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 지역 건물 한 층 전체(약 700㎡)를 쓰려면 보증금 7000만~8000만원에 월세 800만원 정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훈/허란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