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의 초입. 그리고 여기 두 남자가 있다. 미모의 여인 김정은을 동시에 사모하는 박명원과 안우딘. 정은의 집 앞에 자신들의 애마를 끌고 나타났다. 정은은 누구의 차를 선택할 것인가. 대결이다.

(BMW320d):오, 이게 누구신가.

(아우디A4):나이가 몇인데 ‘장군의 아들’ 말투야.

:차 새로 뽑았나 보지?

:차 보는 눈은 있군. ‘뉴 아우디 A4 2.0 TDI 다이내믹’이야. 부러운가?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당신의 눈에는 내 ‘BMW 신형 320d’가 보이지 않는가?

:안보여. BMW 따위.

:이 녀석이…. A4는 디자인 살짝 바뀐 것 외에 새로울 것도 없는데. 뭐 달라진 게 있나.

:네 눈에는 앞부분의 싱글프레임에 각이 추가돼 육각형이 되고, 엔진 후드가 둥근 아치형이 된 것이 보이지 않는가? 이미 완성도 높은 디자인이었기에 살짝만 손을 댄 것이지. 그리고 아우디의 심플하면서도 우아한 디자인을 여성들이 좋아하는 걸 모르나보군.

:디자인이야 나의 320d가 훨씬 더 진보했지. 전장(길이)이 93㎜, 휠베이스(앞·뒤바퀴축간 거리)가 50㎜ 늘어나면서 5시리즈급의 감성을 느낄 수 있고 실내공간도 그만큼 넓어졌어. 변화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 휠 베이스가 뭔지는 아나?

:앞뒤 휠 사이의 거리지. 날 무시하나?

:응.

:이 녀석이…. 320d는 휠베이스가 길어져 2810㎜이군. A4는 이미 2808㎜였어. BMW가 아우디를 따라한 거야. 보아하니 320d 기본형이군. 얼마주고 샀나.

:4880만원. 부가세 포함이지.

:으하하. 난 4720만원이야. 자네 바가지 썼구먼.


:훗, 과연 그럴까. 내 320d는 최고출력 184마력에 최대토크 33.8㎏·m의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날쌔게 달려 나가지. A4는 어떤가?

안:으윽… A4는… 최고출력 143마력… 최대토크 32.7㎏·m.

:으하하하! 좀 더 읊어볼까! 나는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 시간)이 7.6초. 퍼포먼스의 정점을 느낄 수 있는 최고속도도 시속 230㎞이네. 자네는?

:…

:내가 대신 말해볼까? A4 TDI 다이내믹은 제로백이 9.1초로 320d보다 느리고, 최고속도도 시속 210㎞에 불과하지. 맞지?

:으윽…

:BMW의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따라오기엔 한참 부족한 스펙이구먼. 연비도 내가 훨씬 앞서는 군. 내 차는 ℓ당 22.1㎞. A4는 16.4㎞ 이잖아.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는군. 320d 연비는 옛 연비기준, A4는 새로운 연비기준을 따랐잖아. 지식경제부가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이학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전 연비를 새로운 연비로 바꿔 측정하면 평균 23.7%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네. 즉, 320d의 연비는 새로운 기준으로 당 16.8㎞ 정도에 불과해. 이 정도면 운전습관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는 오차범위군.

:공부했군.

:으하하하! 그리고 자네는 정은이를 태울 자격이 없어. 눈이나 비가 오면 더더욱 정은이를 챙겨야 하는데, 자네 차는 후륜구동. 눈길에서 헛발질하며 빌빌대지 않나. 아우디의 4륜구동, ‘콰트로’를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박:내가 알기론 국내에 출시된 A4 디젤 모델 중 4륜 구동 모델은 없는 걸로 아는데. TDI는 라인업이 두 종류뿐이고 둘 다 전륜구동이잖아. 즉, 네 차도 4륜구동은 아니란 것이지.

:잘 알고 있군. 하지만 전륜은 최소한 눈길에서 빌빌대진 않아. 320d 라인업이 5개나 되면 뭘하나. 눈 오면 모두 주차장에 서 있어야 하는데 말이야. 으하하하. 그리고 자네 차 휠을 보니 17인치짜리군. 내 차는 18인치야. 주행 시 접지력이 더 좋다는 의미지. 나보다 비싼 차인데 17인치라니 어이없군.

:18인치는 320d 라인업에서 5540만원짜리 스포츠 모델에나 달리는 휠인데…

:그뿐인가. 안전 및 편의사양도 아우디가 한 수 위야.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정지상태를 유지시켜주는 ‘아우디 홀드 어시스트’ 기능과 집중력이 떨어진 운전자에게 쉬라고 알려주는 ‘휴식권장기능’이 전 모델에 기본장착돼 있어. 럭셔리함에 있어서도 BMW는 상대가 될 수 없다네. 뉴 A4 2.0 TFSI 프레스티지에는 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이 장착됐어. 독일에서 차를 생산할 때 부착된 한국판 순정내비게이션도 장점이지.

:왜 갑자기 다른 모델들까지 거론하고 있나. 혹시 아우디 영업사원인가. 320d의 헤드업디스플레이(HUD)를 모르는 건 아니겠지. 최고사양인 럭셔리 모델에는 손 안 대고 트렁크를 열 수 있는 ‘스마트 오픈’ 기능도 있네. (이 때 대문이 열리고 정은이 등장했다.)

:오빠들! 집앞엔 웬일이야?

:정은아 오늘따라 더 예쁜데? 아우디 뉴 A4 2.0 TDI 타고 어디 맛있는 데 가서 저녁 먹을래?

:날씨도 좋은데, 내 BMW 신형 320d 기본형 타고 다이내믹한 드라이빙 어때?

:흠…. 난 둘 다 별로야. 뚜껑이 안 열리잖아.

박·안:ㅠ.ㅠ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