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일변도 양노총 환멸…신설노조 85% 온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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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노조 시행 1년
817개 중 699개 상급단체 없어
대형사업장선 설립 지지부진
'교섭창구 단일화' 여전히 현안
817개 중 699개 상급단체 없어
대형사업장선 설립 지지부진
'교섭창구 단일화' 여전히 현안
지난해 7월1일부터 도입된 복수노조 제도가 시행 1년을 맞았다. 전문가들은 당초 예상대로 온건 성향 노조가 많이 생겼지만 이 같은 경향이 노사관계 안정화로 바로 연결됐는지는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새로 생긴 노조의 대부분이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 소속이 아닌 ‘독립 노조’여서 기존 노동운동에 대한 노동계의 불신이 그대로 나타났다.
◆새로 생긴 노조, 대부분이 온건 성향
지난 1년간 새로 생긴 노조는 대다수가 상급단체 미가입 노조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이후부터 지난달 말까지 모두 817개의 노조가 새로 생겼고 이 가운데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노조가 699개(85.6%)였다.
상급단체 없이 활동하는 노조는 대다수 온건성향이라고 고용부는 분석했다. 양대노총 산하의 기존 노조에서 일부 인원이 빠져나와 미가입 노조를 만든 경우도 417건(51%)으로 신생 노조의 절반을 넘었다.
온건성향 노조가 빠르게 늘어난 원인에 대해서는 정부와 노동계의 견해가 엇갈린다. 고용부는 현장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강경 투쟁 노조’에 근로자들이 환멸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사용자와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협력을 추구하는 합리적 노사관계에 대한 요구가 복수노조 제도 도입을 계기로 터져나왔다는 설명이다.
반면 노동계는 기업 측이 기존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일부 근로자와 결탁해 친기업 노조를 만든 경우가 많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복수노조 제도 도입 이후 설립된 노조는 대부분 어용노조”라고 주장했다.
◆노사관계 변화는 좀더 지켜봐야
제도 시행 당시 고용부는 “복수노조 시행으로 양대 노총 중심 구도가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중심으로 짜여 있는 노동계의 과점 구도가 깨질 수 있다는 전망이었다.
그러나 최용일 금융감독원 인재개발원 교수에 따르면 복수노조가 설립된 곳은 주로 근로자가 200~300명 수준인 운수·택시 회사이고 노동운동의 흐름을 좌우하는 대규모 사업장에서는 복수노조 설립이 아직 지지부진하다.
대표적인 강성 노조 사업장인 현대자동차가 대표적인 사례다. ‘합리적 노동운동’을 기치로 내걸고 지난해 출범한 국민노총이 현재 현대차에서 새 노조 설립을 추진 중이지만 답보상태다.
◆교섭창구 단일화 정착이 관건
경영계는 제도 시행 이전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지만 현재는 별다른 문제 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 포스코·삼성그룹 등 무노조 방침 대기업이 별 문제 없이 이런 전통을 유지하고 있고, 중·소규모 사업장에서 주로 생긴 복수노조가 대개 온건 성향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정부가 복수노조 제도의 핵심 요소로 도입한 ‘교섭창구 단일화’에 대해 노동계와 일부 정치권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점은 노사관계의 불안요인이다. 이들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기존 노조를 무력화시키는 수단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기존 노조가 강성일 경우 회사가 온건 성향의 새 노조 설립을 지원한 뒤 교섭창구 단일화를 통해 기존 노조를 교섭 대상에서 최대한 배제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창구 단일화 문제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려 큰 변수가 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노총은 “19대 국회에서 반드시 관련 법을 개정하겠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도 지난 4월 총선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적이 있다.
"신설 노조에 사측 노골적 개입"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29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복수노조가 기존 노조를 와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악용되고 있다”고주장했다. 양대 노총은 “한국노총 산하 조직에서 만들어진 복수노조의 28.4%, 민주노총 산하 조직에서 만들어진 복수노조의 70%가 사용자가 개입해 설립된 노조”라며 “사측 개입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복수노조 제도와 함께 도입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 대해서도 “소수노조의 노동 3권을 박탈함은 물론 산별노조의 교섭권을 훼손하고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도 함께 부여해야 한다”고 기존 주장을 되풀이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