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회에 온 지인들에게 소감을 물어보니, 7 대 3 정도로 호평이 많아요. 극이 속도감 있게 전개돼 지루하지 않다는 겁니다. 살인 기생충 감염이란 독특한 소재도 괜찮고요. 세밀한 묘사에서는 약간 아쉽다지만 극 속의 기생충 감염 공포를 절감하며 더위를 잊을 수 있을 거예요.”

배우 문정희 씨(36)는 첫 영화 주연작 ‘연가시’(감독 박정우·7월5일 개봉)의 흥행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문씨는 눈물샘을 자극하는 TV드라마로 친숙한 실력파 연기자. ‘사랑을 믿어요’에서 주인공 철부지 아줌마로, ‘천일의 약속’에서는 주인공의 못된 사촌언니로 나오는 등 주연과 조연을 넘나드는 폭넓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재난영화 ‘연가시’에서는 배우 김명민의 아내 경순 역을 맡아 변종 연가시에 감염돼 이성을 잃어가면서도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연기를 펼친다.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기생충 감염을 다룬 재난영화를 국내에서 만들기는 처음이래요. 사람들의 탐욕에서 비롯된,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는 재난인 거죠. 몸속에 있는 기생충은 생각만 해도 징그럽고 충격적이에요. 이 영화는 스펙터클하지는 않지만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탐욕으로 인한 전염병을 다룬 할리우드 영화 ‘눈먼자들의 도시’를 연상시켜요.”

버스가 강물에 추락하는 등 화려한 장면들은 예산 문제로 촬영할 수 없었다고 한다. 대신 아이들을 보호하려는 부부의 분투를 통해 가족애를 부각시켰다.

“영화에서 처음 주연을 맡아보니 제 얘기가 많다는 것을 느꼈어요. 인물의 히스토리를 보여줄 수 있으니까 연기하기는 오히려 편했어요. 사실 조연으로 연기하는 게 더 어려워요. 중간에 들어가 재미를 주거나 흐름을 환기시키며 그 장면을 따먹어야 하니까요.”

그는 영화 내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연기한다. 연가시에 감염된 사람들은 물을 마구 들이켜다 강이나 호수에 텀벙 빠져 죽는 증세를 보이기 때문. 촬영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진행됐다.

“여배우로서는 달갑지 않은 연기죠. 그나마 미용에 좋은 물을 마실 수 있었던 게 다행이에요. 20ℓ들이 물통으로 6개나 마셔야 했어요. 영하 20도의 강추위 속에서 큰 물통을 들고 벌컥벌컥 마셔야 했으니 어떻겠어요. 물통이 무거워에 들기조차 어려웠죠. 마시다가 흘린 물에 젖은 옷이 얼어붙기도 했어요. 바지에서 쩍 하며 갈라지는 소리가 나더라고요. 코에 물이 들어가 거의 기절할 뻔했는데, 감독이 ‘컷’을 외치더라고요. 얄미웠어요.”

연가시 감염자로서 물을 ‘미치도록’ 마시고 싶어 하는 욕구를 표정에 담아내는 연기도 어려웠다.

“욕구가 100일 때 참는 표정부터 90, 80, 70일 때 등으로 수위를 조절해 표정을 짓는 연습을 했어요. 환자에 대한 롤모델이 없는 게 고민이었죠. 감염자가 좀비처럼 보여서도 안 됐거든요.”

1994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에 입학한 그는 1998년 ‘의형제’를 데뷔작으로 뮤지컬 3편에 연속 출연해 ‘뮤지컬 배우’로 불렸다. 영화에서는 2004년 ‘바람의 전설’에서 조연인 꽃뱀 역으로 데뷔했다.

“원래 끼가 없는 편이라서 공부를 하려고 했어요. 친구가 연기를 권하는 바람에 마음을 고쳐먹었죠. 뮤지컬 무대에서 활동할 때, 영화에 출연하려고 오디션을 많이 봤지만 번번이 떨어졌어요.”

그는 “좋아하는 배우 일을 하는 게 행복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좋은 배우란 극 중 캐릭터에 잘 녹아드는 배우예요. 그러자면 인간사를 깊이 이해하고 작품에 대한 분석력도 있어야죠. ‘센스’가 있어야 하는데 그건 선천적인 것이죠. 대사 한마디에도 관록이 묻어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먼저 아줌마 이미지를 벗고 독특하고 재미있는 여성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네요.”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