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제약기업 동아제약과 LG전자의 1960년 매출은 5000만원으로 비슷했지만 지난해 LG전자의 매출은 28조원, 동아제약은 9000여억원입니다. 제네릭 위주의 보수적 경영 때문인데 이제 전략을 바꿔야 합니다.”

고경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은 28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2012 한국경제TV·식품의약품안전청 글로벌제약바이오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보건복지부 식약청 차의과학대 등 정부부처·학계 관계자, 동아제약 한미약품 유한양행 JW중외제약 화이자 등 국내외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 임직원들이 다수 참석했다.

고 원장은 “제네릭 위주 제품 구성으로는 해외 시장 진출에 한계가 있는 만큼 규모의 경제를 통한 의약품 품목 선진화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제약·바이오기업 간 인수·합병(M&A)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국내 제약기업들은 신약 후보물질 도출부터 판매까지 혼자 다 맡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면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대학, 바이오기업, 제약기업이 가상적으로 통합된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고 글로벌 기업과 협력점을 부단히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국제 질환분류가 현재 15만5000개에 이를 정도로 세분화된 만큼 기존 블록버스터 개발 경쟁에서 벗어나 특정 질환에 특화된 니치버스터(커다란 틈새시장)를 노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희성 식약청장은 “2007~2010년 바이오의약품 연평균 성장률은 22.26%로 전체 의약품 성장률 대비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신속하고 전문적인 허가 심사를 위해 인력 증원 및 조직 개편을 지속적으로 단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건 녹십자 사장은 “1세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카피약)는 기존 바이오의약품과 양립 가능함(compatibility)을 보여주면 되지만, 이보다 더 고부가가치인 2세대 바이오시밀러는 교체 가능함(interchangability)을 입증해야 한다”며 “2세대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기보다는 차라리 신약 개발이 싸다고 할 만큼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셀트리온의 주력 분야가 항체 바이오시밀러다.

이 사장은 ‘세계 최초’를 표방하고 있는 국내 줄기세포치료제에 대해 보다 철저한 안전성 및 유효성 검증을 주문했다. 그는 “국내 줄기세포치료제에 대해 외국 전문가들은 아직 상당 부분 반신반의하고 있고 치료 효과에 대한 검증 논문도 제대로 나와있는 게 없다”며 “글로벌스탠더드와 더 부합하는 쪽으로 개발하지 않으면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안 화 딩 화이자 글로벌 R&D부문 아시아 바이오혁신 총괄 임원은 “학계와 산업계는 본질적으로 이해관계가 다르므로 개방형 혁신(openinnovation)을 이루려면 그동안과는 차별화된 협력모델이 필요하다”며 “화이자 역시 5~10년 뒤의 연구·개발(R&D) 방식을 예측하고 대비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 그룹 네트워크를 전폭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