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5일(현지시간) 산탄데르 BBVA 방키아 등 스페인 3대 은행을 비롯한 28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1~4계단 내렸다고 발표했다. 최대 은행인 산탄데르는 A3에서 Baa2로 두 계단 강등됐고 BBVA는 투자적격 최하 등급인 Baa3까지 떨어졌다. 스페인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은 방키아는 원래 투자부적격이었지만 더 내려갔다. 나머지 은행들도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무디스는 지난 16일 스페인의 국가 신용등급을 A3에서 Baa3로 3계단 내렸다. 이번 발표는 스페인이 은행권 부실 해결을 위해 장 클로드 융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회의 의장에게 구제금융을 요청한 직후 이뤄졌다.

무디스는 “스페인 은행들의 대출 손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은행들이 자국 국채의 3분의 2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국가신용등급과 같은 수준으로 강등했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은행권의 악성채권 비율은 8.72%로 1994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스페인 상황이 악화되면서 위기론은 독일 은행권까지 퍼졌다. 이날 컨설팅업체 언스트앤영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독일 국민들 중 20%는 은행에 돈을 맡기기를 불안해하고 있고, 58%는 예전보다 신뢰 수준이 떨어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스페인 등 부실 국가들의 위기가 결국 독일로 전염돼 은행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