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위(판매량 기준) 자동차 메이커인 현대·기아자동차의 해외 및 국내 생산능력을 비교한 숫자다. 다음달부터 사상 처음으로 현대·기아차의 해외 생산능력이 국내 공장을 앞지르게 된다.
26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다음달 준공을 앞둔 현대차 중국 3공장(연산 40만대)이 본격 가동되면 해외 공장 생산능력이 353만대로 늘어난다.
기아차 광주공장이 올 연말 증축(연 50만→62만대)을 앞두고 있지만 같은 시기 현대차 브라질공장(연 15만대)이 완공되고 2014년 기아차 중국 3공장(연 30만대)까지 생산을 시작하면 국내외 생산량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2014년에는 현대·기아차의 15개 해외 공장이 연간 398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게 된다.
○해외 생산이 국내 추월
현대·기아차는 미국(앨라배마, 조지아) 중국(베이징, 옌청) 체코(노소비체) 슬로바키아(질리나) 인도(첸나이) 터키(이즈미트) 러시아(상트페테르부르크) 등 7개국에 완성차 생산공장을 갖고 있다. 이들 공장의 생산 능력은 모두 313만대(현대차 210만대, 기아차 103만대). 다음달 중순께 중국에 현대차의 세 번째 공장이 준공되면 353만대로 늘어난다. 국내 공장들의 생산능력(현대차 186만대, 기아차 164만대)보다 3만대 많아진다.
다음달이면 중국에서만 현대차 100만대, 기아차 43만대 등 143만대의 생산라인을 보유하게 된다. 2014년에는 글로벌 생산량의 57.5%를 중국 공장들이 맡는다.
현대·기아차의 사업계획서에는 올해 생산·판매 목표 700만대 가운데 해외 공장 몫은 344만5000대, 국내는 355만5000대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해외 생산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물량 부족 때문에 미국과 중국공장 등이 설비능력을 초과해 생산하고 있어서다. 연간 30만대 생산 능력을 가진 기아차 조지아공장은 지난해 36만대를 생산했다. 현대차 중국 1,2공장은 생산능력(연 60만대)보다 13만9000대나 많은 73만9000대를 만들었다.
주요 자동차업체 중 일본 도요타는 연간 생산물량 800여만대 가운데 40%가량을 자국 내에서 생산한다. 혼다와 닛산의 일본 내 생산 비중은 각각 28%, 25% 정도다. 미국 GM(제너럴모터스)과 포드 등은 해외 생산 비중이 70~80%에 이른다. 일본 업체들은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엔화가 연일 치솟아 생산 단가가 높아지자 일본 내 생산을 줄이고 있어 해외 비중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환율 리스크’ 방어에 효과
해외 생산물량이 늘면 관세장벽 등을 피해갈 수 있어 판매에 유리하다. 자동차산업에 치명적인 환율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어 도움이 된다. 현지 변동성에 즉각 대응할 수 있고 맞춤형 차량을 내놓기도 쉽다.
신정관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 팀장은 “현대·기아차의 해외 생산량이 국내를 추월하는 것은 글로벌 생산체제를 구축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며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엔고’를 견디지 못해 자국 생산을 줄여 해외로 옮기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원고’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당분간 해외 생산 비중을 늘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국내시장에서의 고용 유지 및 확대는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며 “연구·개발이나 마케팅 쪽에서 국내 인력을 확대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조철 한국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메이저 자동차업체 가운데 현대·기아차의 해외 생산 비중이 가장 낮다”며 “올해가 지나면 해외 생산이 도요타 수준으로 높아지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해외생산 전략 부문을 재점검할 때”라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