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가 반전을 거듭한 끝에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MBK파트너스 품에 안기게 됐다.

유력 후보였던 롯데쇼핑이 고배를 마시면서 전자제품 유통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하이마트도 단기 실망 매물에 시달릴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이마트는 25일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MBK파트너스를 선정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MBK는 유진기업(지분 31.3%)과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17.4%), HI컨소시엄(5.7%) 등이 보유한 지분 총 65.25%를 인수할 예정이다.

MBK는 주당 8만원대 초반의 인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22일 종가(5만5400원) 대비 약 45%의 프리미엄을 부여한 가격이다. 총 투자 금액은 1조2300억원이다.

남옥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MBK가 인수 프리미엄을 45%나 부여한 것은 그만큼 하이마트가 저평가된 것으로 여겼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그간 대주주 횡령·배임 등 하이마트를 둘러싼 잡음을 제거하고 정상화시키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시장에는 실망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최상의 시나리오로 꼽혔던 롯데쇼핑 인수가 물거품되면서 경쟁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불거진 탓이다. 롯데쇼핑은 하이마트 본입찰에서 주당 7만원대 후반의 인수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롯데쇼핑은 숍인숍 형태로 '디지털 파크' 가전 전문매장을 12개 운영하고 있다. 하이마트 인수전을 불참했던 신세계는 전자랜드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상태다.

김민아 대우증권 연구원은 "하이마트 인수 의사를 발표하기 전 롯데쇼핑은 2018년까지 디지털 파크의 매출을 10조원까지 키운다는 계획을 갖고 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업계 1위 업체인 하이마트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약 3조5000억원"이라고 전했다.

그는 "롯데쇼핑에 이어 신세계 그룹까지 전자제품 유통시장 내에서의 유통망을 적극 확대할 경우 하이마트와 경쟁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결정이 단기적으로는 하이마트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선종구 전 회장의 횡령·배임 이후 비정상적이었던 영업활동이 다시 궤도에 오를 것이란 전망에서다.

박종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MBK파트너스는 자본이득을 취하기 위한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진행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최대주주 리스크가 해소된 하이마트는 투자자들의 신뢰도 개선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를 맞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남 연구원은 "통상 사모펀드의 목표 수익률을 감안할 때 3~5년 후 투자회수(Exit) 가격을 13만원~17만원으로 추정할 수 있다"며 "롯데쇼핑 인수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은 이날 실망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장기 투자자들은 다른 방향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 20분 현재 하이마트 주가는 전날 대비 4000원(7.22%) 급락한 5만1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롯데쇼핑도 하이마트 인수 불발에 나흘만에 하락 반전, 3.34% 내리고 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