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클래식 아이돌 함경ㆍ김한 뭉쳤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디토 페스티벌'서 협연…7월 1,8일 잇단 무대에
“클라리넷과 오보에는 닮은 듯 다른 악기예요. 흑단으로 만들어 색깔이 검고 생김새도 비슷하지만 자세히 보면 다르죠. 오보에는 리드(숨을 불어넣는 부분)가 두 겹, 클라리넷은 한 겹이에요. 오보에는 떨리는 소리를 내는 비브라토가 매력이라면, 클라리넷은 한 음을 길게 뽑아내는 레가토가 주 무기고요. 오보에는 바흐 비발디 텔레만 등 바로크 음악에 단골로 쓰이고, 음역대가 넓은 클라리넷은 현대음악에 더 자주 쓰이죠.”
10대 오보이스트 함경(19)과 클라리네티스트 김한(16)은 공통점이 많다. 둘 다 금호 음악 영재로 선정됐으며 어린 나이에 최고의 국제 콩쿠르를 모두 휩쓸었다.
함경은 리하르트 라우슈만 국제 오보에 콩쿠르 1위, 차이코프스키음악원 국제 관타악 콩쿠르 만장일치 1위 등 지난 3년간 우승한 국제 콩쿠르만 다섯 개다. 김한은 일본 국제 클라리넷 페스티벌에 최연소 솔리스트로 초청됐고, 중국 베이징 국제음악콩쿠르에 최연소 참가자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는 등 국내외 페스티벌에서 최연소 협연자로 가장 많은 러브콜을 받는 주인공이다. 그의 연주 영상은 유튜브에서 150만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부모와 친인척이 음악가인 집안 환경도 비슷하다. 함경의 아버지는 오보이스트로 활동하는 함일규 중앙대 교수이며 어머니는 비올리스트 최정아 씨다. 형 함훈 씨도 플루트를 공부한다. 김한의 조모는 성악가 박노경 서울대 음대 명예교수, 외삼촌은 작곡가 류재준 씨, 큰아버지는 김승근 서울대 국악과 교수다.
둘 다 음악하기 좋은 환경에서 탄탄대로를 걸어왔으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어린 나이에 홀로 세계 무대를 찾아 떠난 당찬 10대들이다.
함경이 오보에를 시작한 건 열한 살 때. 서울시향과 오보이스트 니콜라스 다니엘의 협연을 보고 한눈에 반해서다. 서울예고 1학년 때 “아직 때가 아니다”며 유학을 만류하는 아버지에게 “한 달간 유럽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한 뒤 다니엘에게 편지를 보내고는 무작정 독일로 떠났고, 오디션을 본 뒤 바로 다니엘의 제자가 됐다.
김한은 열 살 때 남다른 리코더 실력을 알아본 큰아버지의 권유로 클라리넷을 시작했다. 일찍이 금호 영재 클라리넷 주자로 활동했다. 싱가포르 국립예술대에서 홀로 유학하던 중 초청받아 간 영국 런던 캐도칸 자선음악회에서 기립박수를 받고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둘 다 재능을 알아본 지인의 추천으로 까다로운 입학 절차 없이 유럽 명문학교에 진학했다. 함경은 독일 트로싱엔 국립음대를 거쳐 현재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에서, 김씨는 예원학교와 싱가포르 국립예술대를 거쳐 영국 이튼칼리지에서 공부하고 있다.
둘은 올해 젊은 클래식 연주자들의 축제인 ‘디토 페스티벌’에 새 얼굴로 등장했다. 지난 23일 LG아트센터에서 함경은 후앙 루오의 ‘망각의 서’, 김한은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를 앙상블 디토와 협연했다. 내달 1일에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디토 오디세이’ 프로그램에 참여, 메이슨 베이츠의 ‘워터 심포니 리퀴드 인터페이스’와 홀스트 ‘행성’ 등을 연주한다. 8일에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백야’ 프로그램에서 2주간의 디토 페스티벌 일정의 문을 닫는다.
둘은 요즘 비슷한 꿈을 꾸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클라리넷과 오보에 선율의 아름다움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어떤 악기인지 더 많은 관심도 받았으면 하고요. 사실 오보이스트들은 연습하는 시간보다 자기 입에 맞는 리드를 깎느라 목공 작업하는 시간이 더 길거든요. 클라리넷과 오보에는 알면 알수록 들으면 들을수록 서정적이고 매력적인 악기죠.”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