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향대·서울백병원 등 전국 25곳 무수혈센터 운영
“수혈은 헤모글로빈 수치를 빠르게 교정하지만 적혈구의 반감기가 짧아 효과가 오래 지속하지 않습니다. 면역거부 반응, 알레르기, 폐 손상, B·C형 간염, 에이즈와 같은 질환에도 노출될 수 있지요. 최근에는 헌혈하는 사람들이 줄면서 만성적인 혈액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수급이 안정되지 못한 데다 의료비용도 적지 않습니다.”
이달 초 제주도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김영우 국립암센터 위암센터장은 “오랫동안 저장된 혈액을 수혈하게 되면 암 진행을 촉진하고 수혈받는 사람의 생존율이 떨어진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센터장은 헌혈로부터 얻은 혈액이 저비용이라고 생각하지만 혈액 한 단위를 얻는 데 드는 노력과 검사비용, 감염 등과 같은 부작용을 고려한다면 결코 낮지 않다고 주장했다.
◆수혈치료, 감염·수급 불균형 도마
수혈은 급성출혈로 혈액량 감소, 수술 전후 출혈, 빈혈치료를 위해 사용되고 있지만 감염문제와 혈액수급 불균형으로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외과적 치료에서 무수혈 치료를 사용하는 빈도가 부쩍 높아진 이유다. 무수혈 치료는 외과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출혈을 최소화해 수혈을 피하는 치료법이다. 미국은 이미 50개 이상의 무수혈센터가 있고, 20여개국에서 무수혈 치료가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이후 무수혈치료를 실시하는 센터가 설립되기 시작해 현재 서울백병원 순천향대병원 서울의료원 등 전국 25개 병원이 운영하고 있다.
무수혈 치료의 최대 장점은 간염, 에이즈에 감염될 위험성을 피할 수 있고 수혈로 인한 각종 합병증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수술 후 더 빨리 회복될 가능성이 커서 병원비와 치료비를 절약할 수 있다. 암수술을 받은 사람의 생존기간도 좀 더 길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감염위험 없는 무수혈수술 늘려야
무수혈치료법은 크게 △정맥철분주사제 △EPO(적혈구 생성촉진제) 투여 △경구용 철분제 △자가 수혈 등으로 나뉜다. 이 중 대표적인 정맥철분주사제는 적혈구를 생산하는 조혈작용에 필수성분인 철분을 환자 정맥을 통해 혈액 내 적혈구 비율과 적혈구 내 헤모글로빈 농도를 증가시키는 제제다.
이정재 순천향대 산부인과 교수는 “정맥철분주사제는 몸 안에 신속하게 철분을 공급해 투여 5분 만에 조혈작용을 도와 헤모글로빈 수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빈혈에 취약한 임신부들이 한 번만 주사를 맞아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감염이나 수혈사고 부작용 없이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수혈 대체요법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또 “페린젝트(Ferinject·JW중외제약 출시)와 같은 수혈정맥주사제는 고용량 철분을 한 번에 투여할 수 있어 임신부에게 매우 유용한 무수혈 치료법”이라며 “페린젝트는 1회 1000㎎까지 정맥주사가 가능해 효과적이고 편리하게 수혈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철분제”라고 말했다. 정맥철분주사제는 비급여여서 환자들이 6만~7만원을 부담하고 있다. 빈혈은 남자의 경우 헤모글로빈 농도가 13g/㎗ 이하, 임신하지 않은 여성은 12g/㎗ 이하, 임신부는 11g/㎗ 이하일 때 진단한다. 빈혈은 여성의 15%, 임신부의 30%에게서 나타나고 있다.
김영우 센터장은 “정맥철분주사제는 몸 안에 신속하게 철분을 공급해 투여 5분 만에 조혈작용을 도와 헤모글로빈 수치를 높일 수 있다”며 “기존 정맥철분주사제는 고용량 투여가 어려워 여러 번 병원을 방문해야 하고 1회 투여 시 40분 이상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철분은 필요 이상으로 많으면 피가 진해져 혈전증(피떡)과 함께 변비를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김영우 국립암센터 위암센터장 이정재 순천향대 산부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