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의 매력이요? 간통 살인 마약 부패 폭력 등 인간의 어두운 면이 다 들어 있어요. 죄를 저지른 사람은 스타가 되는데 죄 없는 사람은 사형 선고를 받죠. 1920년대가 배경인 블랙코미디인데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닮은 구석이 많지 않나요.”

뮤지컬 배우 최정원 씨(43)가 ‘시카고’에서 관능의 매력을 뿜어내고 있다. ‘시카고’는 1920년대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당대 최고의 배우 벨마 켈리와 스타가 되기를 꿈꾸는 코러스 싱어 록시 하트가 살인사건으로 쿡 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되면서 겪는 이야기로 1975년 처음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다.

2000년, 2001년 록시 역으로 시카고 무대에 선 그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년 연속 벨마 역을 맡았다. 이번이 7번째 ‘시카고’ 공연이다. 서울 대학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시카고가 물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하면 할수록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그는 ‘2012시카고’는 삼박자를 갖췄다고 했다. “‘남자의 자격’으로 유명세를 얻은 박칼린 씨가 무대 정중앙에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해요. 가수 아이비 씨도 록시 역에 정말 잘 어울리고요. 그리고 저의 물 오른 연기, 이게 삼박자랍니다.”

최씨는 한눈팔지 않은 걸로도 유명하다. TV, 영화쪽에서 숱하게 러브콜이 들어왔지만 23년간 뮤지컬만 했다. “잠깐씩 흔들릴 때마다 스스로 묻곤 해요. 너 뭐할 때 가장 행복하니? 그럼 마음 속에서 공연할 때라는 대답이 돌아오죠. 무대에서 시카고의 ‘벨마’로, 맘마미아의 ‘도나’로 다른 이의 인생을 살 때 행복해요.”

그는 수더분해 보이는 인상과 달리 무대에서만큼은 까탈스럽다. 운동 마니아인데도 공연 중에는 절대로 운동을 하지 않는다. 어딘가 다쳐 공연에 차질이 생길까 봐서다. 사람 많은 데도 가지 않고, 몸에 해가 되는 음식은 절대 먹지 않는다.

이런 그에게 뮤지컬 ‘맘마미아’ 때 위기가 닥쳤다. “감기에 걸려서 열이 펄펄 끓는 거예요. 맘마미아는 15곡이나 불러야 하는데 큰일났다 생각했죠. 자다 일어나서 홍삼 응축액 한달치를 물에 타서 먹었어요. 새벽에 일어나서 뮤지컬 넘버를 부르며 연습했죠. 그랬더니 다음날 씻은 듯 나았어요.” 그는 노래 춤 대사를 틀리는 것보다 아파서 공연을 못하는 게 더 부끄럽다고 했다.

그는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오늘 공연 잘하는 거요. 오늘이 쌓여서 제 미래가 결정되잖아요. 오늘 만나는 사람, 오늘 먹는 음식이 제겐 가장 중요해요.”

평생 배우로 늙겠다는 그는 무대에 서기 전에 떨리지 않으면 미련 없이 떠나겠다고 했다. “20여년 전 처음 공연을 시작할 때 10년 후에는 안 떨리겠지, 20년 뒤에는 안 떨리겠지 했는데 아직도 떨려요. 근데 지금은 안 떨릴까봐 걱정돼요. 그 날이 오면 미련 없이 떠날 거예요.” 10월7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02)2211-3000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