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스 비싼 이유…오픈마켓 최저 판매가격 정해
공정위, 과징금 15억 부과


국내 소형가전시장 점유율 1위 필립스전자(이하 필립스)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폭탄을 맞았다.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거래되는 제품의 최저 판매가격을 미리 정해 할인 판매를 막았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는 필립스가 대리점에 소형가전 제품의 최저 판매가격을 미리 정해주고, 이 가격 아래로 팔지 못하도록 강제한 행위를 적발해 과징금 15억1300만원을 부과한다고 24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필립스는 2010년 8월 온라인 시장의 가격경쟁을 제한하기 위해 온라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TF팀은 49차례에 걸친 회의를 통해 온라인 시장과 오프라인 시장을 포함한 유통채널별 가격경쟁 차단방안을 모색했다.

필립스는 지난해 5월 TF 회의에서 '소형가전 전 제품은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권장소비자가격 대비 50% 이상의 가격으로 판매해야 한다'는 가격정책을 세웠다. 회의 직후에는 각 대리점에 '가격정책을 위반할 경우 출고정지, 공급가격 인상 등 불이익을 부과할 수 있다'고 통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저가로 판매되는 제품의 유통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제품 포장박스에 대리점 별로 구별할 수 있는 '마킹'을 표시했다. 저가로 판매되는 제품을 공급한 대리점에는 해당 제품을 전량 구매하게 하거나 오픈마켓 판매업체로부터 반품 회수토록 했다. 대리점에 가격인상을 요구해 판매가격을 높게 책정하기도 했다.

필립스는 센소터치(전기면도기), 소닉케어(음파전동칫솔), 세코(에스프레소형 커피메이커), 도킹스피커(휴대폰 등 이동통신기기 스피커), 에어프라이어(튀김기) 등 5개 제품에 대한 오픈마켓 판매금지 정책도 만들었다. 오픈마켓 판매금지 정책을 위반한 대리점에도 출고정지, 공급가격 인상 등 불이익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필립스는 재판매가격유지행위와 오픈마켓 판매금지행위 등 대리점간 또는 유통채널간 가격할인 경쟁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며 "이는 대리점간 또는 유통업체간 서로 가격할인을 하지 않기로 담합한 것과 동일한 효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조치는 한·유럽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후 유럽산 소형가전제품의 가격하락을 막은 불공정행위에 대한 첫 제재" 라며 "앞으로도 인터넷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불공정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감시를 강화하고, 위법행위 적발 시 엄중 제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필립스는 네덜란드 로얄 필립스 일렉트로닉스(Royal Philips Electronics)의 자회사로 국내에 소형가전, 의료기기, 조명기기 등을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 국내 소형가전시장에서 필립스의 시장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음식제조 가전(994억원), 전기면도기(733억원), 전기주전자(387억원), 커피메이커(326억원), 전기다리미(253억원), 음파전동칫솔(187억원) 등이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