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 여파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 사장단이 위기 속에서 살아남는 법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장(사진)은 20일 삼성 수요사장단회의에서 “최근 위기는 단기적인 국지적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이면서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거시적 관점에서 근본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 소장은 “위기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내부적으로 준법경영을 강화하고 기술유출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열을 재정비해야 한다”며 “결국 리스크를 껴안고 함께 생존하는 법을 배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악화된 경영환경에선 경쟁력 있는 기업만 생존해 소위 ‘리딩 기업’이 지배력을 강화하게 된다”며 “위기 안에서 기회를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4월 이후 유럽경제 불안이 커지면서 세계 실물경제와 금융시장도 충격을 받고 있다”며 “그 여파로 한국 경제 역시 경제활력이 저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유럽의 불안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최악의 위기로 발전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경제의 버팀목이던 신흥국 경제도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정 소장은 “유로존 불안으로 중국의 수출이 줄고 내수가 둔화돼 지난 1분기 성장률이 작년보다 낮은 8.1%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은 “경제연구소장의 제언이 있었던 만큼 각사별로 위기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대응책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삼성 계열사들은 연구소가 매년 9월 발표하는 다음해 경제 전망치를 바탕으로 1년 경영 전략을 수립해 왔지만, 올해는 유럽 위기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시나리오 경영을 통한 리스크 관리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