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조선 "나부터 살자"…후판값 협상 결국 결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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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동국제강 "동결도 많이 양보한 것"
저가수주로 힘든 造船 "철광석값 내렸는데 왜…"
저가수주로 힘든 造船 "철광석값 내렸는데 왜…"
철강과 조선업체 간 3개월가량 끌어온 2분기 후판 가격 협상이 결렬됐다. 후판 가격을 내려달라는 조선사들의 요구를 후판 ‘빅2’인 포스코와 동국제강이 거부했다. 지난 1분기 큰 폭의 실적 하락을 기록한 철강사들이 가격 인하를 못한다는 입장을 끝까지 바꾸지 않았다.
○2분기 후판가격 동결키로
후판 가격은 철강사와 조선사들이 분기별로 가격을 결정한다. 2분기가 벌써 시작됐지만 아직 가격이 결정되지 않은 것은 종전 가격으로 물량을 공급하고 나중에 결정 가격과 차액을 정산하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철강업계의 후판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맏형’ 격인 포스코다. 포스코가 가격을 결정하고 다음 동국제강까지 정하면 다른 업체들이 이 가격을 따라가는 게 업계 관행이다. 조선사들이 ‘포스코가 이만큼 내렸다’고 가격 인하를 요구하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초 협상에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의 조선사들은 당 5만원 인하를 요구했고, 포스코 동국제강 등은 동결을 주장했다. 지난달 말까지 팽팽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한때 2만원 인하에 합의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포스코 등은 최종적으로 동결을 결정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후판 가격을 이미 충분히 내렸다”며 “조선사들의 일방적인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후판의 유통 가격은 지난해 2분기 당 102만원에서 지난 1분기에는 81만원까지 떨어졌다. 철강사들이 적정가라고 여기는 기준 가격이 당 11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30만원가량 할인 판매되고 있는 셈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사들은 동결이 아니라 오히려 가격을 올리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업종 간 이해 조정 ‘불발’
조선업계는 2009년 이후 저가 수주한 물량 부담 때문에 이익을 남기기가 힘든 구조다. 이 때문에 본전이라도 하려면 후판 가격을 내려줘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후판의 원료인 철광석 가격이 20%가량 떨어진 만큼 내릴 여력이 충분하지 않느냐는 논리를 폈다.
철강업계도 사정이 좋지 않다. 경기부진 등의 여파로 주요 철강사들의 지난 1분기 실적은 크게 나빠졌다. 포스코는 영업이익(별도 기준)이 422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에 비해 54% 급감했다. 현대제철의 영업이익도 49.4% 감소한 1565억원을 기록했다. 동국제강은 아예 38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 때문에 포스코는 보유 중인 SK텔레콤 등의 지분을 매각한 데 이어 포스코특수강 상장 등을 추진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포항 1후판 공장을 지난 10일 폐쇄했다.
◆ 후판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을 말한다. 선박용이나 건설용 철강재로 주로 쓰인다. 대부분 탄소강 제품이 많으며 합금강이나 스테인리스강 등 특수 처리한 제품도 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2분기 후판가격 동결키로
후판 가격은 철강사와 조선사들이 분기별로 가격을 결정한다. 2분기가 벌써 시작됐지만 아직 가격이 결정되지 않은 것은 종전 가격으로 물량을 공급하고 나중에 결정 가격과 차액을 정산하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철강업계의 후판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맏형’ 격인 포스코다. 포스코가 가격을 결정하고 다음 동국제강까지 정하면 다른 업체들이 이 가격을 따라가는 게 업계 관행이다. 조선사들이 ‘포스코가 이만큼 내렸다’고 가격 인하를 요구하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초 협상에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의 조선사들은 당 5만원 인하를 요구했고, 포스코 동국제강 등은 동결을 주장했다. 지난달 말까지 팽팽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한때 2만원 인하에 합의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포스코 등은 최종적으로 동결을 결정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후판 가격을 이미 충분히 내렸다”며 “조선사들의 일방적인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후판의 유통 가격은 지난해 2분기 당 102만원에서 지난 1분기에는 81만원까지 떨어졌다. 철강사들이 적정가라고 여기는 기준 가격이 당 11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30만원가량 할인 판매되고 있는 셈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사들은 동결이 아니라 오히려 가격을 올리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업종 간 이해 조정 ‘불발’
조선업계는 2009년 이후 저가 수주한 물량 부담 때문에 이익을 남기기가 힘든 구조다. 이 때문에 본전이라도 하려면 후판 가격을 내려줘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후판의 원료인 철광석 가격이 20%가량 떨어진 만큼 내릴 여력이 충분하지 않느냐는 논리를 폈다.
철강업계도 사정이 좋지 않다. 경기부진 등의 여파로 주요 철강사들의 지난 1분기 실적은 크게 나빠졌다. 포스코는 영업이익(별도 기준)이 422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에 비해 54% 급감했다. 현대제철의 영업이익도 49.4% 감소한 1565억원을 기록했다. 동국제강은 아예 38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 때문에 포스코는 보유 중인 SK텔레콤 등의 지분을 매각한 데 이어 포스코특수강 상장 등을 추진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포항 1후판 공장을 지난 10일 폐쇄했다.
◆ 후판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을 말한다. 선박용이나 건설용 철강재로 주로 쓰인다. 대부분 탄소강 제품이 많으며 합금강이나 스테인리스강 등 특수 처리한 제품도 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