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6월18일 오전 6시49분 보도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수요예측을 실시하고 그 세부 내역을 공개하고 있지만 기업마다 공시 방법이 달라 혼선을 빚고 있다. 수요예측 결과의 핵심 내용인 ‘금리대별 신청 수량 분포’ 공개 기준이 회사별로 0.01%포인트부터 0.10%포인트까지 천차만별이어서다.

CJ CGV, 한국토지신탁 등 일부 기업들은 금리 간격을 지나치게 넓게 잡아 내역을 공개함으로써 수요예측 제도 도입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수요예측 공시 기준 0.01~0.1%P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J CGV는 3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지난 14일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이어 15일 증권신고서를 통해 ‘수요예측 전체 참여 내역 및 금리대별 수량분포’ 등 세부 내역을 공시했다. 단순경쟁률은 1.33 대 1이었고, 가산 금리대별로 △0.40~0.50%포인트 1건, 300억원 △0.50%포인트 이상 1건, 100억원 등의 물량이 신청됐다.

CJ CGV는 0.10%포인트를 ‘한묶음’으로 해 수요예측 참여 물량을 공개했다. 같은 날 수요예측을 실시한 한국토지신탁도 15일 0.10%포인트 간격으로 금리대별 수요예측 참여 수량을 내놓았다. 이날 수요예측을 실시한 LS엠트론은 0.05%포인트 간격으로 수요예측 결과를 공시했다. 지난달 이후 두산중공업 BS금융 풍산 신한지주 현대백화점 LG실트론 등도 수요예측을 실시한 뒤 0.05%포인트의 금리 간격으로 세부 내역을 공개했다.

이에 비해 LG엔시스는 지난달 22일 수요예측을 한 뒤 0.01%포인트의 금리대별로 신청 물량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성우하이텍도 지난달 21일 수요예측을 실시한 뒤 0.02%포인트의 간격으로 금리대별 신청 수량을 공시했다.

◆“수요예측 공시 기준 통일해야”

발행 기업마다 수요예측 결과를 공개하는 기준이 들쭉날쭉하다 보니 기관 등 투자자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0.01%포인트의 미세한 금리 차에 따라 매매가 이뤄지는 채권시장에서 0.05~0.10%포인트의 금리 구간을 기준으로 수요예측 결과를 공개하는 것은 공시 정보의 유용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행위라는 지적이 많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채권운용본부장은 “0.05%포인트 또는 그 이상의 간격으로 공개한 수요예측 결과는 정보로서는 완전히 무의미한 것으로 공개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수요예측 제도가 자리잡아 갈수록 투자자들은 0.01%포인트의 미세한 차이에 따라 회사채 물량을 배정받을 수도,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며 “특정 회사채에 대한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발행금리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0.01~0.02%포인트를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수요예측 결과를 공시하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