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로 예정된 그리스 2차 총선을 앞두고 시장이 숨을 죽였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총선 결과를 지켜보고 투자 방향을 정하겠다’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거래는 위축됐다. 증시 전문가들은 “총선 결과에 따라 증시가 일시적으로 충격을 받더라도 코스피지수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인 1770~1780에서 강하게 지지를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스 불안…숨죽인 증시

15일 코스피지수는 13.32포인트(0.71%) 하락한 1858.16으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과 개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2007억원과 997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은 1747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최근 증시는 그리스 총선을 앞두고 거래가 극도로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한때 6조원을 넘기도 했던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이달 들어 3조3000억~4조800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이날 거래대금은 4조7779억원이었다.

서울 압구정동에서 영업 중인 한 증권사 PB센터장은 “이번주 초 ‘그리스 총선 이후 시장상황을 봐서 다시 투자하겠다’며 순자산 2억여원짜리 국내 주식형 펀드를 환매한 고객이 있었다”며 “신규 투자를 고려 중인 고객의 경우 투자 시점을 대부분 다음주 이후로 미뤄놓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그리스 총선 이후 증시가 확실히 방향을 잡으면 보고서를 내놓겠다며 아예 일찌감치 휴가를 다녀 온 애널리스트도 많다”고 전했다.

◆총선 이후 증시 방향은

현재 시장이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는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 트로이카의 긴축안을 지지하는 신민주당 중심의 연립정부(연정)가 구성되는 것이다. 그리스 정국이 이렇게 전개되면 글로벌 증시는 곧 강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문제는 긴축을 반대하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중심으로 연정이 구성되거나, 지난달에 이어 또다시 연정 구성에 실패할 경우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들의 관심은 ‘증시가 얼마나 조정받을 것인가’로 모아질 수밖에 없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그리스 총선 결과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나오더라도 이달 초 조정장에서 지지선 역할을 했던 코스피지수 1770~1780이 또다시 지지선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리스 총선 결과가 좋지 않게 나와도 코스피지수가 1770 밑으로 내려가면 과도한 조정 국면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악은 유럽 재정위기가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다른 유럽 국가로 확산된 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럽 위기가 미국 중국 등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이어지게 되면 코스피지수 하단을 예측하는 게 무의미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등 땐 낙폭과대주로 대응

투자자들의 대응 방식도 그리스 총선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결과에 대한 실망으로 조정폭이 커질 경우 유틸리티 음식료 등 경기방어주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반대로 상승세로 전환되면 조선 금융 건설 화학과 같은 낙폭과대주 비중을 우선 늘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조 센터장은 “그리스 총선이 끝나면 안도랠리가 펼쳐질 것으로 본다”며 “안도랠리로 전환될 경우 통상 가장 먼저 반응하는 업종이 금융 및 조선”이라고 설명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