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불법 대출에 관여한 의혹을 받아온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59)가 최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홍 대표는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 직전인 지난달 5일 미국으로 갑자기 출국, 국내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은 14일 “지난주 미국에서 돌아온 홍 대표를 소환해 미래저축은행과 솔로몬저축은행 불법 교차대출을 중개해준 사실이 있는지 캐물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홍 대표는 2010년 고 박수근 화백의 ‘두 여인과 아이’, 미국 추상화가 사이 톰블리의 ‘볼세나’ 등 5점의 그림을 담보로 미래저축은행에서 285억원을 대출받아 이 가운데 30억원을 솔로몬저축은행 유상증자에 참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56·구속)은 이 같은 사실을 검찰 조사에서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홍 대표는 2010년 오리온그룹 비자금 사건 당시 조경민 오리온 사장(54)이 맡긴 미술품 3점을 자기 소유인 것처럼 속여 은행에서 308억원을 대출받은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런 가운데 하나금융그룹 계열사인 하나캐피탈이 서미갤러리를 최근 고소했다고 검찰 관계자가 전했다. 지난해 9월 하나캐피탈이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에 145억원을 투자할 당시 김찬경 회장으로부터 담보로 잡은 그림에 대한 소유권 문제로 양측이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미갤러리는 2010년 미래저축은행으로부터 285억원을 대출받기 위해 ‘두여인과 아이’ 등 5점을 담보로 맡겼다. 미래저축은행이 이들 그림에 대한 권리자가 됐다.

김 회장은 이 그림들을 본인 것이라며 하나캐피탈에 담보로 제공했다. 담보물 그림을 다시 담보로 활용한 것이다. 서미갤러리 측은 “김 회장에 맡긴 그림은 돈을 갚으면 다시 찾을 수 있는 물건”이라고 주장하고, 하나캐피탈 측은 “유상증자 당시 김 회장과 미래저축은행 모두 그림들이 김 회장의 개인 소유라는 문서에 서명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