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헤지펀드’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대부분 헤지펀드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4일 열린 콘퍼런스에서 연사로 참여한 티머시 셀비 미국 알스톤버드 법률자문사 대표는 “최근 금융위기를 빌미로 헤지펀드의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잘못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헤지펀드의 평균 원금 대비 차입비율은 1 대 1.4 정도로 시스템 리스크를 초래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라며 “금융위기의 원인은 헤지펀드가 아닌 은행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의 헤지펀드 규정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까다로운 수준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로저 던피 모건스탠리 MUFG증권 전무는 “레버리지 한도를 수탁액의 400%까지만 가능하게 한 규정은 글로벌 시장의 기준과 지나치게 괴리돼 있다”고 지적했다.

제임스 라이스 K2어드바이저 국제그룹 대표는 “일본 정부가 헤지펀드에 높은 법인세와 소득세를 매겨 결국 헤지펀드 시장 육성에 실패했다”며 “헤지펀드의 장점은 혁신에 있는데 규제가 혁신의 숨통을 조인다면 더 큰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형 헤지펀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공매도 규제 완화’를 꼽았다. 미국 헤지펀드 운용사인 그랜트캐피털파트너스의 에릭피터 대표는 “헤지펀드가 시장 변동성을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는 데는 공매도가 필수적인 요소”라며 “하지만 공매도가 규제되고 있는 한국시장은 투자자가 나서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종구 김앤장 변호사는 “한국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도입할 때 대부분 은행이 반발했지만 결과적으로 금융위기 이후 금융안전성을 높인 사례가 됐다”며 “선제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사로 참여한 김용석 딜로이트컨설팅 상무도 “금융위기 이후 각국에서 헤지펀드에 대한 간접 규제가 직접 규제로 바뀌면서 정확한 가치측정, 투명한 회계, 유동성 관리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안대규/김태호/윤아영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