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 미스코리아' 노인영 씨 "한국의 헬렌 켈러 되는 게 꿈이에요"
인천국제공항에는 손짓으로 청각장애인의 등대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다. 해외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통역을 담당하는 에어코리아 노인영 씨(27·사진)가 주인공이다. 태어날 때부터 귀가 들리지 않았던 선천적 청각장애인(2급)인 노씨는 지난 4일 한진그룹의 계열사이자 항공운수 서비스업체인 ‘에어코리아’의 정식 직원이 됐다. 노씨는 이곳에서 한국을 찾는 해외 청각장애인들의 수화통역을 맡고 있다.

청각장애인은 사회의 부정적 인식 탓에 서비스업계로 취직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의 높은 벽을 노씨는 불굴의 의지와 긍정적인 마인드로 뛰어넘었다. 노씨는 “포기하지 않으면 불가능은 없다”는 신념으로 하나 하나 장애를 극복해 온 것. 지난해에는 국가공인 비서 2급 자격증을 땄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취업지원 프로그램인 ‘청각장애인 서비스 분야 직업영역개발사업’에도 참여하는 등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결국 그의 도전은 높은 벽을 허물어뜨렸다.

노씨는 빼어난 미모를 갖추고 있다. 지난해 제1회 ‘청각장애인 미스코리아(Miss Deaf Korea)’에서 진(眞)으로 입상했다. 이 자격으로 같은 해 출전한 ‘청각장애인 미스월드(Miss Deaf World)’ 대회에선 3위에 입상했다.

청각장애인이라 처음엔 반신반의하던 에어코리아 동료들도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정문 에어코리아 기획부 과장은 “입사하자마자 사내 봉사활동 동아리 ‘아마회’에 가입해 모범적으로 활동하는 등 매사에 긍정적”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노씨는 입사 전부터 수도권의 한 복지시설에서 노인들에게 무용 공연을 보여주는 봉사활동을 해왔다. 봉사활동에 익숙하고 본인이 청각장애가 있는 만큼 장애인을 대하는 데 익숙해 동아리에서 벌써부터 ‘엘리트 회원’으로 대접받고 있다. 이런 긍정의 에너지 덕택에 노씨 주위에는 항상 사람들이 몰린다. 빼어난 미모 덕에 특히 젊은 남성 직원들이 노씨와 친해지고 싶어한다고. 노씨는 “자상하면서도 리더십있는 남자가 이상형”이라고 전했다.

노씨는 ‘한국의 헬렌 켈러’가 되는 게 꿈이다. 헬렌 켈러는 시각·청각장애인이었던 미국의 작가이자 사회사업가다. 그는 “헬렌 켈러는 지금까지 봤던 어떤 인물보다도 불굴의 의지가 강했다”며 “의지로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는 내 가치관에 잘 부합해 롤모델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김광용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장은 “청각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들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