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질주에 국산車 부품도 '귀한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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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수송기계 부품 산업전…해외바이어 상담 줄이어
“오일쿨러 50만개를 공급해 달라는 견적의뢰서를 받았습니다. 400만유로(약 59억원)어치죠. 초기 주문물량 치고는 대단한 규모입니다.”
14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 ‘국제수송기계부품산업전’ 전시회장에서 만난 김동근 삼성공조 해외영업팀장의 얼굴은 상기된 표정이 역력했다. 프랑스계 완성차 1차 벤더인 ‘소게피(SOGEFI)’와 대규모 공급 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김 팀장은 “미국 일본 독일 등에서 온 20여곳이 넘는 바이어들과 잇따라 상담하느라 아침도 못 먹었다”며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미국,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계기로 국산 자동차 부품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전시회 개막 이틀째인 이날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폭스바겐, 닛산, 마힌드라 등 완성차 37개사를 비롯해 1·2차 벤더와 대형유통기업 등에서 온 300여명의 해외 바이어들은 쉴 새 없이 국산 자동차 부품 업체들과 수출 협상을 벌였다.
30년간 자동차용 연료펌프필터 한우물을 파 온 대화연료펌프의 홍순갑 해외마케팅 담당 이사는 “첫날부터 일본 유수의 엔진 제조업체로부터 엔진용 정밀가공부품 도면을 받는 등 제작 의뢰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저녁까지 수출 면담 일정이 꽉 차 있다”고 좋아했다. FTA 체결로 관세 장벽이 사라진 데다 현대·기아차가 세계 시장에서 품질 경쟁력을 인정받으면서 덩달아 부품업계 위상도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전시회 사무국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해외 상담 창구를 지난해 대비 두 배로 확대했다.
미국 자동차 부품 유통업체 ‘페더럴 모굴’ 한국지사의 민경호 이사는 “한국 완성차 업체들의 브랜드 가치가 올라간 게 ‘한국산은 완성차나 부품 할 것 없이 가격 대비 품질과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에는 흥미 차원에서 둘러보는 정도였지만 올해는 본사에서 특정 부품을 지정하며 ‘경쟁력 있는 파트너를 꼭 구하라’고 지시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본 도요타의 미국 해외 판매회사인 ‘도요타 쓰소 아메리카’의 존 블로서 구매담당은 “일본 부품과 품질은 엇비슷한데도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 한국 부품에 최근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며 “FTA가 한국 자동차 부품의 수출 경쟁력을 한껏 끌어올려줬다”고 평가했다. 이번 전시회는 15일 폐막된다.
일산=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