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사진)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앞다퉈 강조하고 있는 경제민주화에 대해 “공정이란 가치를 강화하는 건 좋지만 앞서 나가는 걸 끌어내리는 식으로 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13일 기자와 만나 이같이 우려하면서 “결과까지 공평하게 하자는 서구의 사회주의 쪽으로 변질돼선 곤란하다”고 거듭 지적했다.

▷지방을 돌며 민심을 들었는데.

“작년 말 대통령실장에서 물러난 뒤 지방을 돌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봤다. 이후 ‘생활 속의 문제를 정치가 해결해야 한다’ ‘정치도 서비스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하지만 우리 정치는 (영·호남)지역을 축으로 자리잡은 이념 갈등 때문에 생활 정치를 하기 힘든 구조다. 정치적 빚이 없고 이념과 지역에 얽매이지 않은 사람만이 해묵은 갈등을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킹메이커’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가 어느 분에게든 경선에 나와라 마라 할 수 있겠나. 다만 지금 국민들의 시대적 요구는 구태의연한 기성 정치 틀을 깨자는 것이다. 영향력이 큰 정치 지도자가 이런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결단과 역할을 해달라는 걸 강조한 것이다.”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흥행과 공정성이라는 두 축으로 경선을 바라볼 때 지금 이 상태로 가서 과연 새누리당이 상대당만큼 국민적 관심을 얻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의원들이 이 문제에 대해 토론하자고 하면 당에서 ‘당신 반박(반박근혜)이냐’ 혹은 ‘비박(비박근혜)이냐’는 식으로 규정짓는다고 한다. 무슨 대역죄라도 지은 것 같은 분위기라는 지적이 많다.”

▷경선 시기를 8월 이후로 늦추자고 했는데.

“19대 국회가 열리면 처리할 일이 많고 7월 중순부터는 올림픽이 시작된다. 이런 상황을 무시하고 ‘절차상 규정(당규상 대선 후보는 8월21일까지 결정)돼 있으니 그냥 진행한다’고 하면 철저하게 외면당하는 당내 정치 행사로 끝나고 말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경제민주화가 최대 화두였다.

“경제민주화는 자유시장주의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 결과까지 공평하게 하자는 서구사회주의 쪽으로 변질되면 안 된다.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가 추구하는 게 뭔지 상당한 토의가 필요하다. 앞서 나가는 건 그대로 두고 뒤처진 걸 끌어올려야지 앞서 나가는 걸 끌어내려선 안 된다.”

▷양극화 해소를 위한 방안은.

“복지의 핵심은 일자리다. 땀흘려 일한 사람이 잘살아야 한다. 일 안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복지는 나라를 거덜낸다. 일하는 복지를 위해 정부가 우리 사회에서 남아도는 인적 자원을 부족한 곳으로 연결시키는 네트워크를 깔아야 한다. 은퇴한 사람 중 좋은 역량과 소중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걸 중소기업, 창업 기업 등 모자라는 쪽과 연결하는 시스템이 안 돼 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