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배터리 사업에 후발 주자로 뛰어든 현대중공업이 인력 확보 작업에 본격 나서고 있다. 스카우트 대상은 배터리 분야 선두 업체인 삼성SDI와 LG화학의 연구·개발(R&D) 인력들이다. 이공계 출신들이 흔들릴 만한 고액 연봉과 지리적 이점을 내세우자 LG와 삼성은 집안 단속에 부심하고 있다.

◆“서울서 가깝고 연봉도 더 준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작년말부터 삼성SDI와 LG화학의 배터리 분야 연구원들의 유치 작업을 벌이고 있다. 임금은 현재 연봉의 10~20%가량을 더 얹어주는 것으로, 과장급 연구원의 경우 1억원 이상의 연봉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근무지가 서울에서 가까운 것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경기 용인시 마북동에 태양광 및 배터리 연구시설을 만들었다. 이에 비해 LG화학은 대전과 충북 오창에 배터리 관련 연구소와 생산시설을 두고 있으며, 삼성SDI는 경기 수원과 충남 천안, 울산 등에 배터리 R&D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삼성SDI가 수원에 있는 연구원들을 생산라인이 있는 천안과 울산으로 배치하자 현대중공업은 삼성SDI의 배터리 인력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현대중공업으로 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삼성SDI 연구원은 “연봉을 더 주는 것보다 가족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조건이 더 마음에 들었다”며 “수원에서 지방으로 근무지를 옮겨야 하는 동료들이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SDI의 수원과 천안 사업장에는 각각 300~400명의 배터리 R&D 인력이 있다.

현대중공업은 연구원 영입 시 배터리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회사 측의 의지를 적극 알리고 있다. 실제 태양광에 이어 지난 4월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뛰어든 뒤 R&D 인력을 50여명으로 늘렸다. 올 하반기 충북 음성에 R&D센터를 추가로 설립해 연구원 수를 수년내 100명 이상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이 배터리 인력 유치전에 뛰어들자 선발 업체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삼성SDI와 LG화학은 연구원들과 개별 면담을 하며 인력 단속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인력 쟁탈전 가열될 듯

대기업들이 배터리 인력 확보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이 분야의 성장 가능성이 높아서다. 현재는 휴대폰을 중심으로 한 소형 배터리가 2차전지 시장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지만, 2020년께는 전기차 배터리가 소형 배터리를 뛰어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올 들어 SK이노베이션과 현대중공업이 외국 업체들과 손잡고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진출한 것도 그런 성장성에 주목해서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도 배터리 인력 주가를 높이는 요인이다. 일명 ‘에너지 냉장고’로 불리는 ESS는 태양광과 풍력 등으로 만든 전기를 저장하는 대형 배터리로, ‘그린 에너지’ 시대의 필수 장비로 꼽히고 있다. 올해부터 국내에서도 전체 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만들어야 해 ESS시장은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배터리 시장이 미래 유망 사업으로 인식될수록 이 분야에서 대기업들 간 인력 확보 경쟁은 더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이유정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