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미래형 공장'…제조업 왕좌 되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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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에 생산기지 마련…IT기술 이용 직원 연결
소비자 욕구변화 맞춰…'1 대 1 맞춤' 생산 혁신
소비자 욕구변화 맞춰…'1 대 1 맞춤' 생산 혁신
‘지멘스 공장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곳.’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 위치한 지멘스 가스터빈 공장을 이렇게 평가했다. 친환경, 첨단기술, 글로벌소싱 등 미래형 공장의 요소를 갖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공장은 첨단 기술을 활용, 터빈 생산시간을 3분의 2로 줄였다. 세계 250여개 부품업체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효율성을 높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였다.
FT는 10일(현지시간) 지멘스 샬럿 공장 등을 통해 미래 제조업이 성공하기 위한 7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1980년대부터 신흥국에 제조업 주도권을 빼앗겼던 일부 선진국들이 이 전략을 활용, 다시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 자원을 활용하라
‘네트워크 생산.’ FT가 꼽은 미래형 공장의 첫 번째 조건이다. 정보기술(IT) 발달로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직원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라는 것이다. 이는 제품 혁신으로 이어진다. 현지 직원이 변하는 트렌드를 빠르게 찾아내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탈리아 안경테 제조업체 룩소티카가 네트워크 생산을 실현하는 기업으로 꼽혔다. 200여명의 디자이너들은 중국 브라질 일본 미국 등에 퍼져 있다. 이 회사가 지난해 내놓은 5만여개 제품 중 절반 이상이 현지 트렌드에 맞춰 개발됐다.
네트워크형 기업은 제조기지 선정도 유연하게 할 수 있다. FT는 이를 미래형 공장의 두 번째 조건인 ‘산업 민주화(industrial domocracy)’라고 표현했다. 신흥국의 경쟁력 강화로 생산기지를 어디에 둘지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영국 가구업체 티투스는 모든 공장을 해외에 두고 있다. 제품 아이디어는 영국 본사가 낸다. 그러나 제조는 슬로베니아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서 한다. 해외 인력들의 수준이 높아져 제조 역량에서 뒤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가능해진 변화라고 FT는 분석했다.
개별 소비자 특성을 고려한 ‘맞춤 생산’ 방식도 중요한 조건으로 꼽혔다. 소비자는 자신만을 위한 특별한 제품을 원하기 시작했다. 이런 욕구를 충족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안경제조업체 에실로르는 지난해 렌즈 3억개를 생산했다. 이 중 개별고객 맞춤형 렌즈가 1억개가 넘는다. ‘틈새 사고’도 제조업 혁신의 중요 요소로 꼽혔다. 다른 제조업체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틈새 분야를 찾아 전문화하는 전략이다. 3만가지의 엘라스토머(고부가가치 플라스틱) 제품으로 시장 지배력을 높인 독일 프레덴버그사를 대표적 예로 들었다.
◆클러스터도 힘을 발휘한다
때로는 관련 회사들이 모여 있는 곳, 즉 ‘클러스터(산업집적지)’에서 생산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FT는 보도했다. 핵심 사업 부문은 특정 공간에 집중시키는 전략이다. FT는 “샬럿공장은 공장 근처에 15개의 핵심부품회사를 둬 효율을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샬럿공장은 클러스터에 포함된 부품회사 수를 5년 안에 지금의 3배로 늘릴 계획이다. 또 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생산’도 미래형 제조업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으로 꼽혔다. 친환경 제품을 늘림으로써 판매 확대를 꾀하는 것이다. 미국 카펫 생산업체 인터페이스는 지난해 매출 10억달러 중 90% 이상을 친환경 제품 판매로 올렸다. 이 밖에 첨단 기술을 제조 과정이나 제품에 반영하는 ‘기술 융합’도 미래형 전략으로 꼽혔다.
FT는 “제조업 혁신은 경쟁력 없던 일부 선진국 제조업을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