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미래 인재 육성에 적극 나서면서 교육 기부도 진화하고 있다.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으로 평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다문화가정이나 문화 체험 등으로 기부 대상이 세분화되고, 교육 내용도 풍성해지고 있다.


○교육 기부 내용과 대상 확대

기업들의 교육 기부 활동은 단순히 업종과 관련된 영역뿐 아니라 문화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교육 기부 대상도 저소득층과 학생들을 넘어 다문화가정, 일반 시민으로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삼성그룹은 교육 기부도 일방적이 아닌,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형태로 바꿔 놓았다. 삼성의 ‘드림클래스’는 중학생들에겐 배울 기회를, 대학생에겐 봉사할 수 있는 기쁨을 주는 새로운 교육 기부 모델로 평가받는다. 삼성 직원의 직장 경험을 대학생과 공유하는 ‘직업 멘토링’과 대학생 대상 토크콘서트 ‘열정락서’도 대표적인 삼성의 교육 기부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LG는 ‘LG 사랑의 다문화 학교’를 통해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의 잠재력 개발에 나섰다. 여기에는 중국 베트남 필리핀 몽골 네덜란드 일본 등 다양한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글로벌 인재로 커갈 수 있도록 이중 언어와 과학 분야에 재능이 있는 다문화가정 청소년 60명을 선발해 한국외국어대와 KAIST 교수진이 지도하는 교육을 2년 동안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포스코도 다문화가정 학생을 대상으로 미술치료 프로그램인 ‘예술마루’를 실시하고 학교 부적응 학생들에게로 교육을 확대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포스코는 지난달부터 안산 내 10개 지역아동센터 소속 아동 200여명에게 전문 미술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SK는 교육 기부에도 사회적기업 모델을 접목시켰다. 초등학생 대상으로 방과후 학교인 ‘행복한 학교’를 운영하고 행복나눔재단과 함께하는 ‘해피스쿨’에서는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요리 자동차 뮤지컬 등 다양한 전문직업 교육 기회도 제공한다.

현대중공업은 울산 시민들로 교육 기부 대상을 확대했다. 현대주부대학은 울산에서 가장 큰 여성 평생교육의 장으로 자리잡았다. 현대중공업은 울산에 7개의 문화센터를 열었고 ‘평생학습축제’를 통해 각종 생활스포츠 대회도 개최했다.

STX그룹은 오케스트라 창단을 교육 기부에 접목했다. 베네수엘라의 저소득층 청소년 음악교육 프로그램인 ‘엘 시스테마’를 본따 ‘다롄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것. GS샵도 2005년부터 ‘무지개상자’ 사업을 통해 초·중등학생에게 악기 교육을 하고 오디션을 거쳐 ‘무지개상자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재단이나 사무국 세워 체계적 지원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신념 아래 기업들은 일회성 행사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교육 기부를 위한 재단을 마련해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차 정몽구 재단’을 통해 올해 저소득층 대학생 1만3000명에 대한 학자금을 지원했다. 지난 3월에는 이를 기반으로 저소득층 미래 인재를 위해 교육사업과 장학사업을 펼치는 ‘온드림스쿨’을 발족했다. 현대차그룹은 재단을 통해 초·중등학생 대상 농산어촌 교육 지원과 장학금을 지원하고 중·고등학생과 대학생들에게도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에쓰오일도 지난해 ‘재단법인 에쓰-오일 과학문화재단’을 설립해 올해 첫 사업으로 ‘우수 학위 논문상’ 시상식을 가졌다. 수상자에게는 3000만원, 지도교수에겐 2000만원의 연구 지원금을 수여했다. 국내 순수과학 분야 시상 중 최대 규모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와 교육 기부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롯데인재개발원에 ‘교육기부 사무국’을 설치했다. 이를 통해 그동안 계열사별로 해왔던 교육 기부를 그룹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월 진로진학 상담교사 120여명을 대상으로 한 연수 프로그램과 이후 롯데백화점 롯데홈쇼핑 롯데월드 등에서의 직무 체험도 이런 차원에서 이뤄졌다.

○임직원이 직접 교육

임직원들도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활용한 교육 기부 활동에 기꺼이 동참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저소득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과학교실 ‘한화로 미래로 과학나라’를 통해 초등학교에 다니는 복지시설 아동들에게 과학이론, 실험 등 체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과학교실은 매월 2회 이상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한화케미칼도 회사 소속 엔지니어와 연구원들이 직접 학교를 찾아 ‘주니어 공학교실’을 열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4월 과학의 날을 맞아 중·고등학생과 가족을 두산기술원으로 초대했다. 2008년부터 해온 공학교실이 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어 연 6회 진행하던 수업을 올해 연 8회로 늘렸다.

LS전선은 생산 공장이 위치한 경북 구미 지역에서 방학기간에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전기 과학 교실을 운영한다. 박사급 연구·개발 인력들이 직접 나서 수도권에 위치한 공업고, 특성화고도 매주 찾고 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