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5월달 수출입 '깜짝 호조'
지난 5월 중국의 교역액이 크게 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입의 깜짝 호조로 중국 경기가 급속히 둔화될 것이란 우려도 한풀 꺾였다. 그러나 소비·투자·생산 등의 지표는 모두 악화돼 안정적인 성장률 관리에 중점을 둔 대책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0일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5월 수출은 1811억4000만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15.3% 늘었다. 수입도 1624억6000만달러로 12.7% 증가했다. 한 자릿수 증가에 그칠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은 수치다. 수출입 규모는 3435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14.1%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11월의 3341억1000만달러를 뛰어넘는 사상 최고치다. 무역흑자도 187억달러나 됐다.

전문가들은 5월 수출이 호조를 보인 이유로 위안화 약세와 미국의 경기회복, 그리고 이머징마켓에서의 수출 증가 등을 꼽고 있다. 위안화 환율은 5월 초 미국과의 전략경제대화를 앞두고 달러당 6.2위안대까지 내려갔지만 글로벌 경기 불안이 확산되면서 지난 8일 달러당 6.3705까지 상승(위안화 가치 하락)했다.

올 들어 5월 말까지 중국과 유럽의 무역액은 2208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미국과의 교역액은 1900억달러로 12%나 늘었다. 또 러시아, 브라질과의 무역액도 각각 24.4%, 10.9% 늘어 이머징마켓 교역이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전날 발표한 중국의 5월 소비·투자·생산지표는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부진을 보였다. 소매판매 증가율은 13.8%로 3개월 연속 하락했고, 산업생산 증가율도 예상치(9.8% 증가)보다 낮은 9.6%에 그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0%를 기록, 2년 만에 가장 낮았다.

중국은 올해 2분기 성장률이 1분기의 8.1%에서 더 떨어진 7%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자 최근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승인하고 금리를 내리는 등 재정·화폐정책을 동원한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다.

이날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재정부는 산시(陝西)성, 충칭(重慶)시 등 7개 지방정부에 대해 416억위안(약 7조6000억원) 규모의 채권 발행을 올 들어 처음 허용했다. 이와 함께 올해 모두 2500억위안 규모의 지방정부 채권을 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인민은행은 이날 “온중구진(穩中求進·안정속 발전추구)의 기조하에 일관되게 신중한 통화정책을 견지하겠다”고 밝혀 지난 8일 금리인하를 신호탄으로 통화정책을 추가로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일축했다.

박한진 KOTRA무역관 부관장은 “중국 정부는 부동산 등에 대한 고강도 구조조정을 유지하면서 제한적인 경기부양책을 실시할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 정부의 목표는 V자형 회복이 아니라 안정적으로 성장률을 관리하면서 경제구조를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