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이야기의 보고입니다. 그 이야기들을 캐내 세상에 소개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소설을 쓰게 했습니다.” TV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영화 ‘가비’의 원작자 김탁환 소설가(사진)가 지난 9일 여수세계박람회장에서 이색 강연을 했다. 해양베스트관에서 열린 이날 강연주제는 ‘문학, 바다를 만나다’. 그는 자신의 삶과 소설에 얽힌 바다와의 인연을 1시간여에 걸쳐 담담하게 소개했다. ‘바다’는 그의 작품세계를 구성하는 주무대다. 해군 군항으로 유명한 경남 진해가 탯자리인 그는 1996년 ‘열두마리 고래의 사랑 이야기’를 출간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어린 시절 바다를 보고, 동경하며 자랐습니다. 온 동네사람들이 이순신 장군을 해신으로 모시는 분위기 때문에 대부분의 청년들이 해군이 됐고 저 자신도 해군 장교로 입대해 해군사관학교에서 해양문학을 가르쳤습니다.”

그를 소설가의 길로 이끈 전환점은 해군소위로 근무할 당시 출근길에서였다. 수면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수천마리의 날치떼가 연출한 장관을 본 이후였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서 비상하는 날치떼를 본 순간 작가가 되고 싶다는 주체할 수 없는 욕구가 샘솟았습니다.”

바다에는 특별히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다는 그는 그동안 고대의 바다(독도 평전), 중세의 바다(불멸의 이순신), 근대의 바다(BANK) 이야기들을 엮어오고 있다.

그의 소설 특징은 팩션(faction)이다. 팩션은 픽션(fiction)과 팩트(fact)의 합성어. 역사적 사실(fact)을 배경으로 스토리(fiction)를 만들어가는 소설이란 뜻이다. 그래서 자신의 ‘이야기 쓰기’는 영감보다 노동에 가깝다고 한다. 그의 이야기는 ‘불멸의 이순신’ ‘혜초’ ‘눈먼 시계공’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파리의 조선 궁녀 리심’ ‘홍길동전’ 등 수많은 작품들로 태어났다.

다작의 원동력은 스스로를 ‘이야기에 매혹된 영혼’이라 할 정도로 이야기를 중독 수준으로 즐기는 성품 탓이라고 했다. 또 이순신 장군에게서 배운 끈기와 준비정신이 글쓰는 데 큰 밑천이 됐다고 덧붙였다.

쓰고 싶은 소재가 생기면 책장 하나를 모두 비우고 관련 서적들로 가득 메우는 습관을 가진 그는 “바다와 관련된 이야기 소재가 무궁무진하다”며 “앞으로도 바다 이야기는 계속 집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여수와의 인연도 소개했다. 불멸의 이순신을 쓰기 위해 처음 답사와 본 것이 바로 전라좌수영이 있던 여수였다고 밝혔다. 15번 정도 여수에서 이순신 장군의 발자취를 따라 구석구석을 누볐던 그는 “여수가 고향같다”며 여수의 명소로 거북선을 만든 곳인 ‘선소’를 추천하기도 했다.

강연이 끝난 뒤 참석자들의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글을 잘쓰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는 주제를 정해 글을 써보는 연습을 추천했다. 청년들에게 작가로서 해주고 싶은 말은 “1년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미쳐 보라”고 조언했다.

여수=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