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책 침묵…'헬리콥터 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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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 "美 경제상황, 생각보다 괜찮다" 판단
감세연장 등 관련법안 의회 통과 압력 포석도
감세연장 등 관련법안 의회 통과 압력 포석도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
7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합동경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벤 버냉키 중앙은행(Fed) 의장의 증언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다. 3차 양적완화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중국의 금리 인하 소식에 장 초반 랠리를 펼쳤던 뉴욕 주식시장은 버냉키 의장의 발언으로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반등을 시도했지만 예상치를 밑돈 소비자 신용지수가 나오자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장중 140포인트가량 급등했던 다우지수는 상승폭을 46.17포인트(0.4%)로 줄인 채 거래를 마쳤다.
○‘헬리콥터 벤’ 왜 못 나서나
버냉키는 학자 시절 ‘대공황’을 주로 연구했다. 별명은 ‘헬리콥터 벤’이었다. 2002년 버냉키가 “헬리콥터에서 현금을 뿌리듯 불황에 맞서 필요한 모든 대응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메릴린치 이코노미스트였던 데이비드 로젠버그가 붙여준 별명이다.
그러나 최근 버냉키는 ‘디플레이션 파이터’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에 맞는 공격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의회 청문회에 앞서 투자자들은 구체적 언급이 나오길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신중했다. “통화정책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장은 실망했다. 중국 금리 인하로 치솟던 주가는 상승 행진을 멈췄다.
버냉키가 신중한 이유는 미국 경제 상황이 생각만큼 나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버냉키는 이날 “유럽 위기에 따른 악영향은 걱정되지만 소비가 늘고 있고 주택 지표도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실업률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것에 대해서도 “올 겨울 날씨가 예년보다 따뜻해 봄에 나타날 (고용) 효과가 예상보다 일찍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추가 부양에 나서지 않는 것은 정치적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공화 양당이 당파 싸움에 골몰하느라 감세 연장안 등 경기부양 법안들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은행만 나서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란 얘기다. 버냉키는 이날 “의회에서 (경기부양에 대한) 부담을 조금만 덜어준다면 마음이 편해질 것”이라며 ‘재정벼랑(fiscal cliff)’을 막기 위해 의회에서 양당이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추가로 돈을 풀어도 큰 효과가 없다고 보고 버냉키가 나서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Fed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 2차 양적완화를 시행해 1조달러를 풀고, 2014년 말까지 초저금리(연 0~0.25%)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단기 국채를 팔고 장기 국채를 사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정책도 썼다. 그러나 실업률은 여전히 8%대에 머물러 있다.
○“경제 상황 좀 더 본 뒤 결정”
전문가들은 버냉키가 경제 상황을 지켜본 뒤 추가 경기부양에 나설 타이밍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3차 양적완화책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다는 얘기다. 버냉키도 “유럽 위기가 악화될 경우 추가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빌 그로스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와 관련, “버냉키와 재닛 옐런 Fed 부의장의 최근 발언을 볼 때 Fed가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60%”라고 내다봤다. 옐런 부의장은 전날 “투자자들이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고 믿게 되면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미리 정책적으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게 적절하다”며 “추가 경기부양책을 실행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마켓워치는 “(이르면) 이달 19~20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새로운 정책이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7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합동경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벤 버냉키 중앙은행(Fed) 의장의 증언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다. 3차 양적완화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중국의 금리 인하 소식에 장 초반 랠리를 펼쳤던 뉴욕 주식시장은 버냉키 의장의 발언으로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반등을 시도했지만 예상치를 밑돈 소비자 신용지수가 나오자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장중 140포인트가량 급등했던 다우지수는 상승폭을 46.17포인트(0.4%)로 줄인 채 거래를 마쳤다.
○‘헬리콥터 벤’ 왜 못 나서나
버냉키는 학자 시절 ‘대공황’을 주로 연구했다. 별명은 ‘헬리콥터 벤’이었다. 2002년 버냉키가 “헬리콥터에서 현금을 뿌리듯 불황에 맞서 필요한 모든 대응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메릴린치 이코노미스트였던 데이비드 로젠버그가 붙여준 별명이다.
그러나 최근 버냉키는 ‘디플레이션 파이터’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에 맞는 공격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의회 청문회에 앞서 투자자들은 구체적 언급이 나오길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신중했다. “통화정책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장은 실망했다. 중국 금리 인하로 치솟던 주가는 상승 행진을 멈췄다.
버냉키가 신중한 이유는 미국 경제 상황이 생각만큼 나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버냉키는 이날 “유럽 위기에 따른 악영향은 걱정되지만 소비가 늘고 있고 주택 지표도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실업률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것에 대해서도 “올 겨울 날씨가 예년보다 따뜻해 봄에 나타날 (고용) 효과가 예상보다 일찍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추가 부양에 나서지 않는 것은 정치적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공화 양당이 당파 싸움에 골몰하느라 감세 연장안 등 경기부양 법안들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은행만 나서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란 얘기다. 버냉키는 이날 “의회에서 (경기부양에 대한) 부담을 조금만 덜어준다면 마음이 편해질 것”이라며 ‘재정벼랑(fiscal cliff)’을 막기 위해 의회에서 양당이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추가로 돈을 풀어도 큰 효과가 없다고 보고 버냉키가 나서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Fed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 2차 양적완화를 시행해 1조달러를 풀고, 2014년 말까지 초저금리(연 0~0.25%)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단기 국채를 팔고 장기 국채를 사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정책도 썼다. 그러나 실업률은 여전히 8%대에 머물러 있다.
○“경제 상황 좀 더 본 뒤 결정”
전문가들은 버냉키가 경제 상황을 지켜본 뒤 추가 경기부양에 나설 타이밍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3차 양적완화책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다는 얘기다. 버냉키도 “유럽 위기가 악화될 경우 추가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빌 그로스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와 관련, “버냉키와 재닛 옐런 Fed 부의장의 최근 발언을 볼 때 Fed가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60%”라고 내다봤다. 옐런 부의장은 전날 “투자자들이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고 믿게 되면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미리 정책적으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게 적절하다”며 “추가 경기부양책을 실행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마켓워치는 “(이르면) 이달 19~20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새로운 정책이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