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부양책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시간을 벌기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지금 당장을 모면하기 위한 포장일 뿐이죠. 유럽 위기가 결국 국내 기업들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한국의 '닥터 둠' 김학주 우리자산운용 주식·알파운용본부장(사진·49)의 발언은 거침이 없었다. 그는 대표적인 '비관론자'이자 '신중론자' 답게 <한경닷컴>과의 인터뷰 내내 '리스크 관리'를 강조했다. 당장 직면한 유럽발(發) 재정위기 외에 또 다른 위기가 도래할 수 있음을 경고하기도 했다.

◆ "코스피 1850~2000P 밴드 플레이 중요"

"투자자들은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지만 유럽 정치권에서는 당장 '표'를 얻기 위한 행동만 하고 있습니다. 물론 금융 자본주의의 본질인 주식시장의 폭락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증시가 과매도 국면에 진입할 경우 곧 회복은 될 것입니다. 하지만 기업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훼손된 만큼 지수 상단도 제한될 수 밖에 없습니다."

김 본부장은 흔히 코스피지수 바닥을 논할 때 거론되는 주가순자산비율(PBR)보다는 ROE를 더 중요한 지표로 생각한다. 기업이 이익을 내지 못한다면 청산가치 또한 큰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간 코스피의 평균 ROE가 12~13% 였던 점을 감안하면 적정한 코스피지수의 상단은 2100~2170선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이는 지난 3년간 중국 수출 수혜를 본데다 일본이 엔고 현상으로 고통받는 사이 반사적인 이익을 누렸기 때문입니다. 역사적 평균 ROE는 6%대 였습니다. 만약 ROE가 10%로 하락한다고 가정하면 코스피지수 적정선은 1850선입니다."

이에 따라 김 본부장은 코스피지수 밴드를 고려한 매매전략을 우선시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1850선을 밑돌 경우 분할매수 전략을 취하고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웃돌 경우 차익 실현에 나서는 방식이다. 금융기능이 고장난 상황에서는 이러한 식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 화장품·카지노, 블루오션株를 주목한다

김 본부장이 바라보는 시야는 더 넓다. 당장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된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고 본다.

"미국 대선 전까지는 비슷한 장세가 이어지겠지만 그 이후로는 미국이 인위적으로 소비를 부양한데 따른 한계에 도달할 것입니다. 중국이 미국 국채매입을 줄이는 상황에서 미국은 어떤 강제적인 조치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이란의 핵보유를 용인할 수 없기 때문에 이란을 침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죠."

이 경우 증시가 흔들릴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에 보수적인 전략을 택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또 '베팅'은 90% 이상 확실할 때 할 수 있는 것이며, 최근과 같이 불확실한 장에서는 철저히 개별 기업을 공부해서 구조적인 성장스토리가 있는 종목을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김 본부장은 "경제 성장률이 낮아지고 잇는 상황에서 화학, 철강, 정유 등 원자재, 소재 업종은 가장 큰 리스크를 안고 있다"며 "이들 업종은 가망이 없으므로 피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기업들의 실적이 실망스럽지 않으려면 수요가 방어적이고 성장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며 "화장품과 카지노주는 중국 수요가 꾸준하고 독특한 성장 스토리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블루오션주'로 칭했다.

시장에 대해 비관적인 그도 국내 주식형 펀드에 대해서 만큼은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증시 폭락기에 꾸준히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배짱을 가진 펀드 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라면 향후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김 본부장은 "주식은 나무와 같아서 놔두면 자라고, 나중에 그 과실을 따 먹을 수도 있다"며 "다만 최근과 같은 시기에 얼어죽지 않을 나무를 살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고, 또 비싸지 않은 적정한 가치에 살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론상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 기대 수익률은 연 10%"라며 "하지만 당장 수익률보다는 얼마나 꾸준하게 안정적인 성과를 내는지 여부를 펀드 투자 포인트로 삼는 게 좋다"고 추천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