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파동' 이후…식약청 기침에 피자업계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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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철환 씨(45)는 2008년 퇴사한 후 서울 은평구에 프랜차이즈업체 피자스쿨 가맹점을 냈다. 유 씨의 피자가게 매출은 개점 초기 월 평균 3000만 원에 달했지만 올 2월 이후 1000만 원선으로 떨어졌다. 지난 2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피자스쿨에 대해 "식용유가 첨가된 가공치즈를 사용하면서 100% 자연산치즈만 쓰는 것처럼 허위 광고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유 씨는 "식약청발표 이후 매출이 급락했다" 며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큰 마음 먹고 시작했는데 매출이 줄고, 고객들이 악덕업자처럼 봐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중저가 피자 프랜차이즈 업계가 무너지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약청 발표로 인한 '치즈 파동' 이후 지난 4월까지 피자업체들의 평균 매출은 50% 가까이 떨어졌다. 지난해 피자스쿨, 59피자, 피자마루, 난타5000, 피자가기가막혀, 슈퍼자이언트피자 등 중저가 피자 프랜차이즈 상위 6개 업체의 매출 규모는 585억원 정도였으나 올 들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업계 1위 피자스쿨의 경우 올 2월 매출이 50% 이상 감소했고, 현재까지 9개의 점포가 문을 닫았다. 다른 피자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 끝나지 않은 '식용유 치즈 논란'
앞서 식약청은 "피자에 모조치즈와 가공치즈를 쓰면서 100% 자연산 치즈만 사용한 것처럼 허위 표시해 판매한 유명 피자 프랜차이즈업체 9곳을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가공치즈는 식용유에 식품첨가물을 더해 치즈와 유사하게 만든 모조치즈와 달리 자연산 치즈에 식품첨가물을 첨가한 치즈다. 피자업체들은 주로 크러스트 피자를 만들 때 도우 테두리에 가공치즈를 넣어 조리한다.
이때 넣는 치즈가 '스트링 치즈'다. 조리 편의를 위해 기다란 젓가락 모양으로 가공해 사용한다. 가공 목적이 모조 치즈같이 치즈처럼 보이게 하기 위한 눈속임이 아닌 모양과 취급의 용이성을 위한 가공이란 점에서 전혀 다르다. 그럼에도 모조 치즈를 사용한 업체와 뭉뚱그려 발표해 모두 '가짜 치즈'를 쓴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대형 피자업계 관계자는 "피자헛, 도미노 등 대형 피자업체들도 피자 테두리에 가공치즈를 사용한다" 며 "가공 치즈는 모조 치즈와 엄연히 다른데 모두 '가짜 치즈'처럼 발표돼 많은 중저가 피자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식약청은 피자스쿨이 사용한 가공 치즈의 성분에 식용유가 없었는데도 해당 업체가 식용유 치즈를 썼다고 밝혔다. 식약청이 배포한 첨부자료에 따르면 피자스쿨이 사용한 가공 치즈의 성분은 자연산 치즈(93%), 변성 전분(3%), 식염(1.5%), 산도 조절제(0.3%), 정제수(2.2%)뿐 식용유는 없었다.
◆ 업체들 "빨리 해결을"ㆍ식약청 "검찰 소관"
피자 업체들은 식약청의 발표 직후 반박자료를 내고 전 가맹점에 '식용유 치즈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플래카드를 걸었지만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식약청의 발표 내용은 언론, SNS 등을 통해 빠르게 퍼졌다" 며 "정부의 무책임한 발표로 가맹점 매출이 반토막 났고 중저가 피자업체들이 사기꾼 이미지로 낙인 찍혔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난 3월 피자업체들이 대부분 1차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후 현재까지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 면서 "빨리 해결이 돼 식용유 치즈와 사기꾼 이미지를 벗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식약청은 책임 미루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식약청 관계자는 "모든 일을 검찰로 넘겼기 때문에 식약청이 추가 입장을 발표하거나 후속 조사 등을 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식약청 광주지방청 관계자는 피자업계의 주장과 관련, "보도자료의 경우 앞부분은 뭉뚱그려서 쓰기 때문에 다같이 식용유 치즈를 쓴 것처럼 표현됐다" 면서 "피자업계는 힘들겠지만 우리는 소비자들에게 바른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잘못한 것은 없다"고 반박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