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1997년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후 한인이 주도하는 대형 유통망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제조는 미국-일본-한국-중국으로 중심이 이동해 왔지만 직접 소비자를 만나는 유통은 한번 자리잡으면 쉽게 권력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유통권력을 이용해 돈을 잘 버는 사람들이 유대인이다. 미국에서 좋은 길목이 있으면 어디든 자리를 잡고 통행세를 받는다. 전자 보석 의류 등 곳곳에 퍼져 있다.

필자는 한인 유통망 확장이라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2004년 파트너들과 함께 ‘하이트론스’라는 전자 유통 사업을 시작했다. 코스트코와 아마존을 결합한 모델을 적용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중기적인 목표는 한인이 밀집한 미국 내 10여개 주요 도시로 유통망을 확장하는 것이다.

최근엔 유통망 운영에서 벗어나 한국 중소기업 제품을 미국 대형 유통점에 판매하는 일에도 나섰다. 중소기업들은 미국 전시회에 와 많은 돈을 쓰고 가지만 유통점의 바이어를 만나는 것도 쉽지 않다. 시장개척단이 수없이 다녀갔지만 들인 비용에 비하면 성과가 그리 크지 않다.

미국 대형 유통업체 바이어들은 한국 중소기업 제품에 관심이 생기면 반품과 애프터서비스를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묻곤 한다. 제품을 사가서 모두 책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한국 중소기업들에는 난감한 질문이다. 중소기업이 미국 유통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려면 이 같은 문제를 도울 교두보가 필요하다.

필자가 대형점으로 판매를 확대한 전자식 비데는 좋은 사례다.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비데를 팔고 있었는데 코스트코에서 여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문제는 제품의 가격이었다. 코스트코는 대당 599달러에 팔고 있던 비데의 소비자가격을 199달러까지 낮출 것을 요구했다. 그때 마침 중소기업진흥공단을 통해 한국의 한 회사를 소개받았다. 이 업체는 원하는 가격에 제품을 만들어냈고 작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코스트코에서 6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다.

비데 사례는 왜 한인 유통망이 필요한지 잘 보여준다. 이곳에서 중소기업 히트 상품을 전시해 소비자 반응을 살피고 애프터서비스, 반품, 콜센터 운영 등의 경험을 쌓으면 대형 유통점으로 쉽게 판매망을 확대할 수 있다. 현재 미국 전역에 10개 수준인 대형 한인 유통회사가 100여개로 늘어나면 미국 대형 유통점에 공급하는 전진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내수시장이 작은 한국에서 중소기업이 살아남으려면 반드시 수출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미국 내 유통 교두보를 확보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승화 인케 뉴저지지부 의장

※INKE는 한민족 글로벌 벤처네트워크

정승화 < 인케 뉴저지지부 의장 / 하이트론 솔루션즈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