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카보스는 캘리포니아 반도 남단에 위치한 멕시코의 휴양지이다. 10년 전만 해도 선인장이 드문드문 서 있는, 인적 드문 전형적인 서부의 한 마을이었다. 그 사막에 녹색 바람이 불고 있다. 사막 한 모퉁이가 고급 휴양지로 탈바꿈하면서 푸른 야자수가 늘어서고 파란 골프장이 여기저기 들어서 있다. 녹색의 오아시스로 바뀌었다.

‘녹색성장’을 화두로 내건 금년도 G20 정상회의가 오는 18, 19일 이곳에서 열린다. 세계 경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G20 국가 정상들이 모여 지속가능한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녹색성장 이외에 대안이 없음을 천명할 것이다.

녹색성장은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경제성장과 환경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전략이다.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 개발은 공해와 오염으로 당장 삶의 질을 떨어뜨리게 될 뿐 아니라, 자원의 무제한적 사용으로 다음 세대에도 큰 피해를 주게 된다. 반대로 환경보호만 너무 앞세우면 절대빈곤에 시달리는 많은 개발도상국들의 개발권을 침해하고, 경제성장 둔화와 세계경제 회복 지연을 초래해 경제붕괴라는 다른 재앙을 맞게 될 수도 있다.

물론 개도국들이 녹색성장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한국, 중국 같은 나라들이 경제성장을 할 때 녹색으로 하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그 부담을 개도국에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도 한다. 그러나 녹색성장은 경제성장을 제약하기보다는 녹색산업, 일자리 창출 등과 같은 긍정적 요소가 많아 개도국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개도국의 녹색성장을 위한 능력 배양과 실행에 대한 선진국들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우리는 개도국들의 녹색성장에 대한 우려와 반대를 불식시키기 위해 공동의장 간 전략 협의, 양자적 접촉을 통한 설득 노력 등 우리나라가 G20 서울 정상회의를 통해 습득한 중재 역량을 최대한 발휘했다.

녹색성장의 주요한 부문으로 녹색 대중교통 인프라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서울시 버스운영 준공영제, 창원의 자전거 활성화 정책, 그리고 파주시 은정 뉴타운의 녹색교통 중심 도시건설은 개도국들이 활용할 모범사례로 이미 주목받고 있다.

G20개발그룹이 합의한 녹색성장으로의 방향 설정이 이달 로스카보스 정상회의에서 정식으로 채택되면, 로스카보스의 녹색바람이 전 세계를 향해 불게 될 것이다. 이 바람을 이끈 ‘글로벌 코리아’의 가치도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박은하 < 외교통상부 개발협력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