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본사와 해외 지사 간 거래 등 관세 탈루 위험이 큰 특수관계자 국제거래에 대해 일제 기획심사에 착수한다고 3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수출업체와 수입업체가 본사-해외 지사 관계이거나 가족 또는 친인척이 운영하는 회사여서 한 쪽 당사자가 상대방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업 간 거래다. 관세청에 따르면 14만개 수입업체 중 특수관계에 있는 회사와 거래하는 업체는 5000개에 달한다. 이들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수입액(5660억달러)의 32.4%에 이르는 1834억달러어치의 물품을 수입하고 있다.

관세청은 2008년 이후 수입업체의 관세 탈루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2008년 942억원이던 추징액은 2009년 1937억원, 2010년 3280억원에 이어 지난해 3848억원에 달하는 등 매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4년간 추징세액 1조7억원 중 70%에 해당하는 7013억원이 특수관계 업체들 간 거래에서 적발,추징한 관세다. 관세청 관계자는 “특히 2010년 이후 관세 탈루 대부분은 특수관계자 간 거래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세청이 특수관계 사업자들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는 것은 독립적인 기업 간 거래에 비해 특수관계를 악용한 수입 누락 또는 거래 조작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관세청은 해외 본사로부터 화장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A사가 수입가격을 비정상적으로 낮게 산정, 155억원의 관세를 신고하지 않은 사실을 포착, 탈루세액 33억원을 추징했다.

수입대금의 일부를 고의로 누락한 사례도 적발됐다. 해외 관계사로부터 니켈 등 도금용 화합물 및 도금장비를 수입하는 B사는 물품 수입을 위해 지급한 연구개발비 역시 수입대금의 일부인데도 이를 단순용역비로 신고, 관세를 내지 않았다. 관세청은 B사가 신고 누락한 370억원에 대해 탈루세액 80억원을 추징했다.

중개업체들까지 특수관계 법인을 끼고 관세를 탈루한 사례도 있었다. C사는 해외 본사로부터 신발 의류 등의 물품을 수입해 판매하면서 중개업체에 수수료를 지급했는데, 중개업체가 이를 구매대행 수수료로 신고해 120억원의 관세를 추징당했다. 관세법상 중개수수료는 과세 대상이지만 구매대행 수수료는 비과세라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용우 관세청 기획심사팀 사무관은 “과거 특수관계자의 관세 탈루는 수입가격 조작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물품가격을 수수료로 둔갑시키는 등 수법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