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형 전 의원 "'미군철수' 정당과 손잡다니…민주, 국민과 다른 길 가고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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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 만에 정치판 떠난 '미스터 쓴소리' 조순형 전 의원
국민 혈세 받아쓰는 진보당, 南인지 北인지 입장 밝혀야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은 헌정사에 도움…후회 안해
법 만드는 것 중요하지만 의원들이 먼저 법 지켜야
젊은 선량들이 도전해야 한국 정치가 변할 수 있어
국민 혈세 받아쓰는 진보당, 南인지 北인지 입장 밝혀야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은 헌정사에 도움…후회 안해
법 만드는 것 중요하지만 의원들이 먼저 법 지켜야
젊은 선량들이 도전해야 한국 정치가 변할 수 있어
‘미스터 쓴소리’로 통하는 조순형 전 자유선진당(현 선진통일당) 의원(77)이 18대 국회를 마지막으로 정치판을 떠났다. 1981년 무소속으로 11대 국회에 발을 들여놓은 지 31년 만이다. 그는 그동안 7선을 했다.
조 전 의원은 통상적인 우리 정치인의 모습과는 달랐다. 계보정치와 담을 쌓았다. 점심은 대부분 국회 구내식당에서 해결했고, 저녁 식사는 가급적 연극인인 아내 김금지 씨(70)와 함께했다. 국회 도서관을 가장 많이 찾은 의원이었다. 율사가 아니면서도 늘 법사위 최우수 의원으로 꼽힌 건 우연이 아니었다.
그는 정치 거목 고 조병옥 박사의 아들이자 작고한 조윤형 전 민한당 대표의 동생이다. 조 전 의원은 호방한 스타일의 부친과는 달랐다. 하지만 부친의 ‘원칙론, 큰 정치’ 교훈은 항상 마음에 새기고 살았다. 원칙에 어긋나면 누구든 가리지 않고 거침없이 비판했다.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칭은 그래서 얻었다. 할 말이 많았는지 지난 1일 서울 대학로의 한 커피숍에서 이뤄진 인터뷰는 2시간 넘게 이어졌다.
▷정계에 몸담은 기간이 짧지 않다. 아쉬움이 없는지.
“서운한 심정은 말할 수 없다. 11대 국회에 등원한 게 엊그제 같은데 세월이 정말 빠르다. 18대 국회가 시작할 때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결심했지만 ‘폭력국회’ ‘무능국회’라는 오명을 남겨 마음에 걸렸다. 정쟁도 정도가 있어야 하는데 한계를 훨씬 넘었다.”
▷18대 국회 마지막에 몸싸움 방지를 위한 국회법을 개정했지만 뒷말이 많다.
“국회선진화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됐는데 잘못된 법안이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권한 제한과 재적 의원의 5분의 3 이상 동의 시 신속처리법안 지정 등의 내용은 위헌 소지까지 있다. 헌법에서 채택하는 다수결의 원칙을 무시한 법이다. 식물국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은 기우가 아니다. 원 상태로 돌려야 한다. 몸싸움과 폭력을 막자는 취지라고 하지만 국회법에 폭력과 의사진행 방해를 금지하는 규정이 있다. 그걸 지키지 않았던 게 문제다.”
▷19대 국회도 상임위원장 배분과 민간인 사찰 청문회 문제로 삐걱대고 있다.
“청문회 개최 여부는 원 구성 이후에 협상해도 된다. 원 구성의 조건이 될 수도 없고, 협상의 대상도 아니다. 상임위원장 배분도 의석 비율대로 하면 된다. 이런 문제 때문에 개원이 늦춰지는 것은 우리나라 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통합진보당 사태를 어떻게 보나.
“비례대표 순번 경선에 부정이 있었으면 당연히 국회의원 자격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어야 한다. 국회가 심사해 자격이 없다고 판단되면 제명해야 한다.”
▷진보당 의원의 정체성에 대한 논란도 있다.
“국고 지원을 받는 대한민국 정당이 애국가도 안 부르고, 국기에 대한 경례도 안 하고, 국립현충원 참배도 강요하지 말자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정당이라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지하는지, 북한의 세습독재 체제를 지지하는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들이 국가 기밀을 누설할 위험도 있으니 국회의장이 나서서 제한하는 것도 필요하다.”
▷야권연대를 했던 민주통합당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18대 국회 때부터 민주당은 당시 민주노동당에 끌려갔다. 그 바람에 지나치게 ‘좌클릭’했고, 원래의 민주당 정신에서 많이 벗어났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늘 ‘정당은 국민보다 반 걸음 앞서나가야 한다’고 했다. 무리하게 앞서지 말라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은 두 발 세 발 앞서가고 있다. 김대중 정부는 국가보안법 폐기를 추진하지도 않았고, 한·미 동맹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갖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민주당은 주한미군 철수, 한·미 동맹 폐기를 주장하는 진보당과 손을 잡았다. 양당 정책합의서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전면 반대 내용도 있다. 국민이 가는 길과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민주당이 언제부터 변했다고 생각하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창당할 때가 기점이다. 민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만들고, 다시 민주당으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인적 구성이 많이 바뀌었고 정체성도 변질됐다.”
▷노 전 대통령 탄핵을 추진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후회하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었지만 대통령도 법률을 어기면 탄핵될 수 있고, 대통령도 헌법 아래 있다는 선례를 만들었다는 측면에서 헌정사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정치인생 중 기억에 남는 일은.
“1987년 김영삼·김대중 대선 후보의 단일화에 실패한 뒤 어느 쪽을 따르지도 않고 한겨레민주당을 창당했다가 낙선했다. 정치생명이 끝날 위기를 겪었는데도 그 결정에 대해 후회한 적은 없다. 두 계보 중 하나를 따랐다면 오히려 후회했을 것이다.”
▷후배 의원들이 ‘롤모델’로 삼고 싶다고 한다.
“롤모델이 될 정도는 아니다.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 것은 험난하다. 이득보다는 손해가 많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남들이 가던 길만 반복하면 우리나라 정치는 더 이상 변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젊은 정치인들이 도전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후배 정치인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법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법을 잘 지켰으면 한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법을 안 지키는 게 말이 되나. 헌법 46조에 국가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하라고 나와 있다. 당론을 무조건 따르기보다는 양심에 비춰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인지 생각하고 판단했으면 좋겠다. 당론이 결정되는 과정에 적극 참여하고, 소신에 맞게 행동했으면 한다. 매임기가 마지막 임기라고 생각하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질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일을 열심히 하는 문화도 만들었으면 한다. 조문 하나하나를 읽으면서 판단하는 축조심의를 하는 상임위가 거의 없다. 내가 상임위원장을 맡았을 때는 이를 시행했다. 축조심의를 원칙으로 만들어야 한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 조순형 전 의원은
△충남 천안(77) △서울고, 서울대 법대 △11, 12, 14~18대 국회의원 △민주당 공동대표 △국회 교육위원장 △새정치국민회의 사무총장, 15대 총선 선거대책본부장 △새천년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정치개혁추진위원장, 대표 △자유선진당 상임고문, 미래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
조 전 의원은 통상적인 우리 정치인의 모습과는 달랐다. 계보정치와 담을 쌓았다. 점심은 대부분 국회 구내식당에서 해결했고, 저녁 식사는 가급적 연극인인 아내 김금지 씨(70)와 함께했다. 국회 도서관을 가장 많이 찾은 의원이었다. 율사가 아니면서도 늘 법사위 최우수 의원으로 꼽힌 건 우연이 아니었다.
그는 정치 거목 고 조병옥 박사의 아들이자 작고한 조윤형 전 민한당 대표의 동생이다. 조 전 의원은 호방한 스타일의 부친과는 달랐다. 하지만 부친의 ‘원칙론, 큰 정치’ 교훈은 항상 마음에 새기고 살았다. 원칙에 어긋나면 누구든 가리지 않고 거침없이 비판했다.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칭은 그래서 얻었다. 할 말이 많았는지 지난 1일 서울 대학로의 한 커피숍에서 이뤄진 인터뷰는 2시간 넘게 이어졌다.
▷정계에 몸담은 기간이 짧지 않다. 아쉬움이 없는지.
“서운한 심정은 말할 수 없다. 11대 국회에 등원한 게 엊그제 같은데 세월이 정말 빠르다. 18대 국회가 시작할 때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결심했지만 ‘폭력국회’ ‘무능국회’라는 오명을 남겨 마음에 걸렸다. 정쟁도 정도가 있어야 하는데 한계를 훨씬 넘었다.”
▷18대 국회 마지막에 몸싸움 방지를 위한 국회법을 개정했지만 뒷말이 많다.
“국회선진화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됐는데 잘못된 법안이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권한 제한과 재적 의원의 5분의 3 이상 동의 시 신속처리법안 지정 등의 내용은 위헌 소지까지 있다. 헌법에서 채택하는 다수결의 원칙을 무시한 법이다. 식물국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은 기우가 아니다. 원 상태로 돌려야 한다. 몸싸움과 폭력을 막자는 취지라고 하지만 국회법에 폭력과 의사진행 방해를 금지하는 규정이 있다. 그걸 지키지 않았던 게 문제다.”
▷19대 국회도 상임위원장 배분과 민간인 사찰 청문회 문제로 삐걱대고 있다.
“청문회 개최 여부는 원 구성 이후에 협상해도 된다. 원 구성의 조건이 될 수도 없고, 협상의 대상도 아니다. 상임위원장 배분도 의석 비율대로 하면 된다. 이런 문제 때문에 개원이 늦춰지는 것은 우리나라 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통합진보당 사태를 어떻게 보나.
“비례대표 순번 경선에 부정이 있었으면 당연히 국회의원 자격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어야 한다. 국회가 심사해 자격이 없다고 판단되면 제명해야 한다.”
▷진보당 의원의 정체성에 대한 논란도 있다.
“국고 지원을 받는 대한민국 정당이 애국가도 안 부르고, 국기에 대한 경례도 안 하고, 국립현충원 참배도 강요하지 말자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정당이라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지하는지, 북한의 세습독재 체제를 지지하는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이들이 국가 기밀을 누설할 위험도 있으니 국회의장이 나서서 제한하는 것도 필요하다.”
▷야권연대를 했던 민주통합당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18대 국회 때부터 민주당은 당시 민주노동당에 끌려갔다. 그 바람에 지나치게 ‘좌클릭’했고, 원래의 민주당 정신에서 많이 벗어났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늘 ‘정당은 국민보다 반 걸음 앞서나가야 한다’고 했다. 무리하게 앞서지 말라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은 두 발 세 발 앞서가고 있다. 김대중 정부는 국가보안법 폐기를 추진하지도 않았고, 한·미 동맹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갖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민주당은 주한미군 철수, 한·미 동맹 폐기를 주장하는 진보당과 손을 잡았다. 양당 정책합의서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전면 반대 내용도 있다. 국민이 가는 길과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민주당이 언제부터 변했다고 생각하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창당할 때가 기점이다. 민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만들고, 다시 민주당으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인적 구성이 많이 바뀌었고 정체성도 변질됐다.”
▷노 전 대통령 탄핵을 추진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후회하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었지만 대통령도 법률을 어기면 탄핵될 수 있고, 대통령도 헌법 아래 있다는 선례를 만들었다는 측면에서 헌정사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정치인생 중 기억에 남는 일은.
“1987년 김영삼·김대중 대선 후보의 단일화에 실패한 뒤 어느 쪽을 따르지도 않고 한겨레민주당을 창당했다가 낙선했다. 정치생명이 끝날 위기를 겪었는데도 그 결정에 대해 후회한 적은 없다. 두 계보 중 하나를 따랐다면 오히려 후회했을 것이다.”
▷후배 의원들이 ‘롤모델’로 삼고 싶다고 한다.
“롤모델이 될 정도는 아니다.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 것은 험난하다. 이득보다는 손해가 많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남들이 가던 길만 반복하면 우리나라 정치는 더 이상 변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젊은 정치인들이 도전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후배 정치인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법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법을 잘 지켰으면 한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법을 안 지키는 게 말이 되나. 헌법 46조에 국가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하라고 나와 있다. 당론을 무조건 따르기보다는 양심에 비춰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인지 생각하고 판단했으면 좋겠다. 당론이 결정되는 과정에 적극 참여하고, 소신에 맞게 행동했으면 한다. 매임기가 마지막 임기라고 생각하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질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일을 열심히 하는 문화도 만들었으면 한다. 조문 하나하나를 읽으면서 판단하는 축조심의를 하는 상임위가 거의 없다. 내가 상임위원장을 맡았을 때는 이를 시행했다. 축조심의를 원칙으로 만들어야 한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 조순형 전 의원은
△충남 천안(77) △서울고, 서울대 법대 △11, 12, 14~18대 국회의원 △민주당 공동대표 △국회 교육위원장 △새정치국민회의 사무총장, 15대 총선 선거대책본부장 △새천년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정치개혁추진위원장, 대표 △자유선진당 상임고문, 미래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