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은 삼성물산, 제일제당 등과 함께 삼성그룹의 모태 역할을 한 기업으로 꼽힌다. 1954년 문을 열었으니, 조만간 ‘환갑’을 맞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녔다.

직물사업으로 시작한 제일모직은 변신을 거듭해왔다. 1980년대에는 패션 브랜드 사업에 뛰어들었고, 1990년대에는 케미컬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전자재료 사업에 진출했다.

끊임없는 변신 덕분에 현재 제일모직의 주력사업은 케미컬과 전자재료 사업으로 바뀌었다. 일반인들에겐 빈폴 갤럭시 구호 등을 거느린 패션업체로 잘 알려져 있지만, 패션 부문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에도 못 미친다.

케미컬 사업부에선 전기·전자 및 자동차 업체에 필요한 합성수지와 인조 대리석을 만든다. 전자재료 사업부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를 담당하고 있다. 패션사업부는 남성복 여성복 캐주얼 등 다양한 의류제품과 액세서리를 생산·판매한다.

증권가에서 가장 주목하는 사업부는 전자재료 부문이다. 작년 하반기 실적 악화의 ‘주범’이었던 디스플레이 부문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서다. 편광 필름 사업의 경우 적자 폭이 급속히 줄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는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도체 전공정 소재 부문 매출과 수익도 향상될 것으로 증권가에선 내다보고 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소재 부문의 성장과 디스플레이 부문의 회복세가 맞물리면서 제일모직의 2분기 영업이익이 1분기보다 9% 증가할 전망”이라며 “하반기에는 실적이 더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은 향후 제일모직의 신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올해 6000억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OLED 소재 시장 규모가 2015년에는 2조50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 애널리스트는 “제일모직은 2015년께 OLED 소재 시장에서만 최대 3750억원의 영업이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케미컬 부문의 수익성도 원재료 가격 안정화와 수요 증가에 힘입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제일모직의 화학 제품은 주로 삼성전자 TV에 쓰이는데, 삼성전자의 LCD TV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어 수혜가 예상된다.

황유식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케미컬 제품 출하량이 늘고 있는 데다 반도체 소재, 편광필름 등 전자재료 부문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며 제일모직의 목표주가를 17만원으로 설정하고 ‘강력 매수’ 의견을 내놓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목표 주가를 12만원에서 13만5000원으로 높여잡았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