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에 나간 ‘까칠언니’. 프랑스 유학파 출신이라고 해서 잔뜩 기대했는데 웬 우락부락한 남자가 나타났다. 성격은 또 얼마나 까탈스러운지! 경제관념이 있는 ‘짠돌이’인 건 이해하겠는데 이야기 할수록 피곤해진다.

이 남자의 이름은 ‘푸조 3008’. 총평을 하자면 ‘예민한 얼꽝’이다. 아기자기한 멋을 자랑하는 프랑스 차인데 디자인은 투박하다. 차량 앞부분의 육중한 라디에이터 그릴은 모눈종이 모양으로 럭비헬멧을 연상케한다. 언뜻 보면 이를 드러내고 웃는 것처럼 보인다. 작은 몸집에 앞부분은 길쭉하고 트렁크 부분은 둥글넙적하다. 한 네티즌은 “사자 배지를 단 멧돼지”라고 평했다. 푸조 스타일센터 수석디자이너인 키스 라이더가 들으면 발끈하겠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이 차의 디자인에 굴욕적인 점수를 줬다.

못생긴 게 죄는 아니다. 보는 눈은 제각각이니까. 문제는 운전해보면 나타난다. 이 차는 변속감이 독특한 것으로 유명하다. 수동과 자동이 공존하는 MCP 기어박스 때문이다. 수동을 기반으로 클러치 페달 없이 기어를 바꿀 수 있도록 설계했다. 원래 변속기 조작이 어려운 중장비 운전자를 위해 만든 것인데 푸조가 일반 승용차에 도입했다. 내구성이나 힘이 좋은 것은 장점이지만 자동 변속기에 적응된 운전자는 변속 때 ‘꿀렁’거리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저속 주행 시 차가 움찔하면서 변속 충격이 나타났다.

짜증이 난 까칠언니에게 푸조는 “가속 페달을 지그시 밟고 여유를 갖고 부드럽게 속도를 내라”고 처방했다. “그래도 불편하다”고 하자 “인내는 쓰고 연비는 달다”는 명언을 남겼다. 2.0 HDi 모델의 공인연비는 자동변속기 기준 ℓ당 15.6㎞. 까칠언니의 ‘내멋대로’ 주행실력으로 시내도로를 달렸더니 실연비는 ℓ당 11㎞였다. 한숨이 나왔다. 운전 숙련자들은 ℓ당 20㎞대의 ‘꿈의 연비’도 가능하다고 하니 알뜰한 ‘짠돌이’ 소리를 들을 만하다.

그나마 마음에 든 것은 시원한 선루프와 넓은 트렁크. 운전석 앞쪽에 버튼을 누르면 ‘스르륵’ 솟아나는 유리판 모양의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도 앙증맞다. 주의할 점은 이 차에 파킹기어(P)가 없다는 점이다. 주차할 땐 기어를 중립(N)으로 두고 사이드 브레이크로 잠가야 한다. 오토홀드 기능이 있어 풋브레이크를 밟은 후 발을 떼도 가속 페달을 다시 밟지 않는 한 움직이지 않아 다행이었다.

가격은 1.6 e-HDi 모델이 3990만원, 2.0HDi 모델이 4290만원이다. 경제적으로나 마음이 여유로운 소비자들에게 추천한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