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窓] '늑대'가 오기 힘든 이유
중국밖에는 기댈 곳이 없다. 유럽의 경기침체는 이미 미국과 중국으로 옮겨 붙는데 별 다른 대안이 없다. 혹자는 미국의 주택 가격 회복에 따른 소비 증가를 기대한다. 그러나 쉽지 않을 것이다.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과거엔 그럴 때마다 화학, 정유, 철강 등 소재주들이 들썩였다. 그러나 매번 기대는 물거품이 됐고 결국 ‘양치기 소년’이 됐다. 지금은 다르다고 한다. 중국 정부도 예전보다 확실히 긴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의심할 부분이 있다. 중국이 성장 속도를 늦추면 재고가 쌓이게 돼 있다. 일단 그 재고부터 청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를 장려해야 한다. 그래서 최근 대규모 보조금 정책을 내놓았다. 과연 재고를 말끔히 치우고, 새로운 소재 수요를 강하게 만들 수 있을까. 중국 재고를 만만히 봐서는 안 된다. 과거 사재기한 부분이 크기 때문이다. 칭다오 맥주 창고에 화학제품이 쌓여 있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다. 그때는 사 놓으면 돈이 됐기 때문이다.

‘늑대(소재주 강세)’가 오기 어려운 다른 이유도 있다. 중국은 성장의 축을 투자에서 소비로 바꿨다. 그런데 투자를 줄이면 소비가 위축됨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난 5월 초 연휴 때 중국 소비가 실망스러웠음이 이를 증명한다. 결국 3년 전처럼 중국이 쓰러져 가는 세계 경제를 구원하려면 엄청난 소비 증대가 필요하다. 그러나 불가능하다. 소비는 투자처럼 극적인 성장을 유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3년 전 향수가 있어 중국이 움직이면 소재주에 열광한다. 그러나 중국은 더 이상 극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는 힘이 없다. 차라리 소재주처럼 재고 조정을 기다리지 않고, 중국 소비진작에 따라 곧바로 수요가 증가하는 내구성 소비재가 낫지 않을까.

김학주 < 우리자산운용 알파운용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