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2의 중동 붐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1970~1980년대 우리 기업들이 중동지역에서 일궈낸 중동 붐이 다시 살아나면 경제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최근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제2의 중동 붐은 실제로 일어나는 것일까. 답은 “그렇다”이다. 최근 중동 각국은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를 발주하고 있다. 10년간 지속된 고유가 덕에 정부 재정 형편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중동 각국은 넘쳐 나는 오일머니로 공항, 항만, 병원, 철도 등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제조업, 석유화학, 정보통신 산업 육성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아랍의 봄 이후 중동지역 각국 정부는 국민의 복리후생 차원에서 주택, 의료, 교육 시설 관련 프로젝트를 대규모로 발주하고 있다. 현재 중동지역에서 발주가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프로젝트 규모는 2조5000억달러다. 연간 발주액도 1500억달러 수준이다.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는 2차 중동 붐의 중심에 있다. 사우디 내에서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프로젝트 규모는 8000억달러 수준이다. 사우디의 연간 프로젝트 발주 규모도 720억달러로 중동 전체의 절반에 달한다. 지난해 우리 기업의 사우디 프로젝트 수주 규모는 166억달러에 이르렀다. 전체 발주액의 23%로, 한국 기업의 독무대였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해외 프로젝트 수주액은 591억달러였다. 전체의 28%를 사우디에서 수주한 셈이다. 제2 중동 붐의 중심에 사우디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우리 기업은 샤이바 석유가스 처리시설(45억달러, 삼성엔지니어링), 세계 최대 쿠라야 민자발전소(23억달러, 삼성물산) 등을 수주했다. 올해도 사우디 내 프로젝트 수주 현장은 한국 기업들로 붐빈다. PP12 발전소(23억달러, GS건설), 광물공사 알루미늄제련 플랜트(15억달러, 현대건설), 아크릴산 생산단지 플랜트(7억달러, 삼성엔지니어링)는 이미 우리 기업이 수주했다. 사우디 아람코가 발주한 페트로라빅 2단계(50억달러)도 우리 기업이 수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10년간 우리 기업의 사우디 프로젝트 수주 행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사우디의 우리나라에 대한 러브콜도 수주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2005년 취임한 압둘라 국왕은 ‘룩 이스트(Look East)’ 정책을 쓰고 있다. 미국, 서유럽 일변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국 기업을 적극 불러들이고 있다. 제2의 중동 붐은 사우디에서 이미 시작됐다.

김형욱 < KOTRA 리야드 무역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