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는 크지 않지만 한국적 공간 특성과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조화롭게 갖춘 고급 부티크호텔로 만들 겁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대부분이 서울을 거쳐 가지만 강남에는 아직 고객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부티크호텔이 없거든요.”

2007년 8월 미술품 경매회사 ‘D옥션’을 설립해 미술시장에 진출했던 정연석 디오리지날 회장(59·사진)이 이번에는 호텔업에 도전장을 던졌다. D옥션이 있던 서울 논현동 도산대로변의 디오리지날타워를 6성급 특급호텔로 리모델링하고 있는 것.

오는 9월 개관 예정인 ‘호텔 디오리지날’은 서울 강남권의 첫 특급 부티크호텔이다. 대형 체인호텔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객실마다 차별화된 디자인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호텔은 네오코리안 스타일의 다양한 객실 디자인과 고급 부대시설은 물론 피카소, 샤갈, 앤디 워홀, 프랑크 스텔라 등 대가들의 미술작품 100여점으로 로비와 레스토랑 등을 장식해 국내 첫 ‘아트 호텔’로 문을 열 예정이다.

“자신만만하게 D옥션을 출범시켰는데 실패했어요. 과욕이었죠. 그전까지 승승장구한 것만 생각하고 달려가다 고꾸라진 겁니다. 실패하고 나서야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귀에 들어오더군요.”

신용거래로 샀던 해외 미술품 값이 폭락하면서 많은 빚을 떠안았다. 10여건의 민·형사 소송에 휘말리고 나니 지옥불이 따로 없더라고 했다. 평소 “내겐 사업이 종교”라던 그였지만 종교(가톨릭)를 갖고서야 평정을 되찾았다.

“있는 건물을 팔고 편하게 살까 생각할 때 눈에 들어온 게 호텔이었죠. 명동 이태원 등의 호텔이 손님으로 꽉 차고 방이 모자랄 정도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2009년부터 분야별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호텔업에 대해 공부했죠.”

호텔 디오리지날은 지하 2층, 지상 16층에 63개 객실과 갤러리 레스토랑 클리닉 피트니스센터 클럽 이벤트홀 등을 갖출 예정이다. 서울대 미대 출신인 정 회장과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이 함께 설계 및 디자인에 참여해 ‘네오코리안’이라는 신개념을 만들어냈다. 기본 테마는 흰색 검정색 갈색의 전통 삼방색이다.

서도호 이인수 장원경 이기붕 씨 등 미술작가와 건축가 민경식 문진호 이수호 씨, 디자이너 박길용 윤혜경 최명진 씨, 정준원 동이한옥학교 대표, 조석진 전통가구 명장, 음악가 임웅균 윤형주 배송이 씨, 강정화 한택식물원 이사, 박경규 한국자생화연구소 원장, 요리사 한윤주 박새흰 씨 등 정 회장이 평소 친분을 맺어온 작가와 전문가들이 부티크호텔 조성에 참여하고 있다.

“호텔 전체를 예술품으로 장식해 뮤지엄급 아트호텔을 만들 겁니다. 서도호의 한옥테마 작품 ‘서울집’을 2층 로비에 들이고 이탈리아 가구 디자이너 이바노 레다엘리의 ‘유앤드미’를 침대로 들이는 식이죠. 피카소의 ‘화가의 연인’, 샤갈의 ‘젊은 연인들’, 워홀의 ‘오렌지 마릴린 먼로’ 등 거장들의 진품 100여점을 로비와 레스토랑 등에 걸고 윌리엄 사와야, 쿠르트 에르니, 레다엘리 등 세계적 디자이너들의 작품 가구를 배치할 생각입니다.”

객실은 전통 한식과 네오코리안 스타일을 비롯해 국내외 유명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들이 고안한 13가지 디자인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여느 호텔처럼 방을 22~23㎡로 설계하면 객실을 100개쯤 확보할 수 있지만 방 크기를 30㎡로 늘리면서 객실 수는 63개로 줄었다.

파리에 있는 미슐랭 별 3개 레스토랑 ‘라스트랑스’를 해외 최초로 입점시켜 세계적인 스타 셰프 파스칼 바흐보와 공동 운영할 예정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