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플로서 미 필라델피아 연방은행 총재가 “미국 경제는 유럽 위기에 충분히 견딜 수 있을 만큼 탄탄하다”며 “유럽 위기에 쓸데없이 초조해할 필요가 없다”고 밝힌 것은 주목할 만한 발언이다. 수전 콜린스 미시간대 교수도 한경과의 인터뷰에서 민간 부문의 활력이 뚜렷하며 특히 제조업 경쟁력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오바마의 경제자문역이다.

유럽 위기와는 달리 각 분야에서 파란 신호등이 잇달아 켜지고 있는 미국이다. 이번주에 발표될 실업률 지표도 지난달에 비해 훨씬 개선돼 8%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블룸버그는 전망한다. 가스값의 하락으로 소비자 신뢰지수 등도 대폭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있다. 시가총액에서 한때 유럽에 뒤졌던 미국 증시는 지난 4월 말 기준 세계 증시 비중이 34%(17조8700억달러)로 다시 왕좌를 되찾았다. 주식의 부활은 당연히 미국 기업의 높은 수익 덕분이다. 세계거래소연맹(WFE)에 따르면 미국 주요 500개 기업의 올해 1주당 수익은 100달러를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경제의 부활은 경쟁력 자체가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미국의 노동생산성은 40% 이상 올라갔지만 임금 인상은 10% 수준에 그쳤다. 그만큼 임금이 안정적이다. 반면 중국과 멕시코는 생산성 증가가 더디지만 임금 상승은 가파르다. 미국의 1인당 노동 생산성은 8명의 중국인과 맞먹는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여기에 기술개발에 힘입어 작년부터 에너지 시장을 혁신적으로 바꿔 놓고 있는 셰일가스가 불을 질렀다. 에너지 가격이 5분의 1까지 하락하면서 공장들에는 아연 활력이 돌고 있다. GE가 전기온수기 공장을 멕시코에서 루이스빌로 옮기고 GM과 포드는 생산 인력을 다시 늘리고 있다. 미 제조업의 단순 부활이 아니라 창조가 진척되는 셈이다.

분위기는 30년 전 레이건 대통령의 등장 시기를 회상하게 만든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당시 레이건 대통령이 선택했던 경제정책 조합을 공개하면서 지금 이 정책들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한다. 무너져 내리는 유럽이나 장기침체의 일본, 경기의 급랭을 우려하는 중국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