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개선해야 할 장애인 고용정책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의무고용 획일적 적용 비현실적…업종따라 연계고용도 쉽지 않아
장애인 적합업종 개발·지원해야
백수경 < 인제대학원대 학장·객원논설위원 skpaik@inje.ac.kr >
장애인 적합업종 개발·지원해야
백수경 < 인제대학원대 학장·객원논설위원 skpaik@inje.ac.kr >
고용노동부가 장애인고용이 저조한 기업 명단을 공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기업들에 장애인 고용의무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장애인 고용률이 1.3% 미만인 기업을 따로 분류해 이달 말까지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신문이나 인터넷 등에 공표하겠다는 것이다.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대학교 한 곳과 대학병원 다섯 곳 등 총 6군데 사업장에서 8500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상시 근로자가 7000명이 넘으니 장애인 의무 고용률 2.5%를 적용하면 160여명, 연인원으로 2000명 가까운 장애인을 1년 동안 고용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론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900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으니 장애인 고용 저조기업이라는 오명을 쓰게 될 처지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월평균 상시근로자 수가 50명 이상인 사업주는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는데, 그 비율은 2009년 2%에서 시작해서 2011년 2.3%, 2012년 2.5%, 2014년에는 2.7%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의무고용인원에 미달한 사업주는 모자라는 인원만큼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시하는 부담기초액을 곱한 금액을 부담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인제학원에서는 2009년에 2억5000여만원의 부담금을 납부했는데, 2010년에는 4억9000여만원, 작년에는 6억원이 넘는 부담금을 냈다. 이는 재작년에 해운대백병원이 개원하면서 고용 인원이 1500명가량 늘어난 것도 부분적인 원인이 됐다. 하지만 무엇보다 업종별 상시근로자 적용제외율이 작년부터 전면 폐지된 것이 가장 큰 원이이다. 그동안 학교와 병원은 ‘장애인을 고용하기 어렵다고 인정하는 직종의 근로자가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는 업종’으로 분류돼 왔다. 예를 들면, 학교의 상시근로자가 1000명이라면 700명에 대해서만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적용하는 것이다. 2008년에 학교 30%, 병원 20%였던 이런 적용제외율이 점점 줄어들어, 작년부터는 완전히 이 제도가 없어지게 돼 부담금도 늘어나고 장애인 고용률도 떨어지게 된 것이다.
의료기관은 전체 인원의 절반 이상이 간호사이고 4분의 1이 의사, 나머지가 의료기사와 약사 등 80% 이상의 직원이 자격증을 가진 전문인들로 구성돼 있다. 사정이 그러하다 보니 일단 자격증을 가진 장애인의 수효가 너무 적어 인재풀을 찾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특히 병원 인력의 60% 가까이 차지하는 간호사는 실질적으로 장애인이 그 업무를 수행하기가 어렵고 자격증 취득이 힘들어, 장애인 간호사는 간호사로 일하다가 후천적인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인이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대안은 있다. 몇 년 전부터 장애인을 많이 고용한 하도급 기관에 일을 맡기면 연계고용을 인정받게 돼 이 제도를 활용해 의무고용률을 채우려고 해왔다. 그러나 전문성 있는 업체가 부족해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세탁이나 콜센터 등 장애의 유형에 따라 장애인들이 잘할 수 있는 업종을 개발하고 이런 장애인 사업장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과 제도적 지원, 학문적인 연구가 뒷받침돼야 연계고용제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100명을 고용한 업체나 8000명을 고용한 업체나 획일적으로 똑같은 의무고용률을 적용받게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더구나 업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장애인 고용을 산술적으로만 파악해 적용하는 것은 탁상행정의 전형이라 할 만하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화두가 ‘무상 복지’에서 일자리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의 일등공신인 의료기관이 장애인 고용 저조기업으로 낙인찍혀 사회의 지탄을 받게 된다면 이는 아이러니라고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신고졸시대’라 불리며 나만의 전문성을 갖춘 고졸 인재 채용이 새로운 사회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다음 순서는 장애인이다. 단지 의무고용률을 채우기에 급급한 일시적이고 형식적인 미봉책을 뛰어넘어 ‘신장애인시대’를 열어갈 통합적인 장애인 인재개발 정책을 만들기 위해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때다.
백수경 < 인제대학원대 학장 · 객원논설위원 skpaik@inje.ac.kr >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대학교 한 곳과 대학병원 다섯 곳 등 총 6군데 사업장에서 8500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상시 근로자가 7000명이 넘으니 장애인 의무 고용률 2.5%를 적용하면 160여명, 연인원으로 2000명 가까운 장애인을 1년 동안 고용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론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900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으니 장애인 고용 저조기업이라는 오명을 쓰게 될 처지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월평균 상시근로자 수가 50명 이상인 사업주는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는데, 그 비율은 2009년 2%에서 시작해서 2011년 2.3%, 2012년 2.5%, 2014년에는 2.7%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의무고용인원에 미달한 사업주는 모자라는 인원만큼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시하는 부담기초액을 곱한 금액을 부담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인제학원에서는 2009년에 2억5000여만원의 부담금을 납부했는데, 2010년에는 4억9000여만원, 작년에는 6억원이 넘는 부담금을 냈다. 이는 재작년에 해운대백병원이 개원하면서 고용 인원이 1500명가량 늘어난 것도 부분적인 원인이 됐다. 하지만 무엇보다 업종별 상시근로자 적용제외율이 작년부터 전면 폐지된 것이 가장 큰 원이이다. 그동안 학교와 병원은 ‘장애인을 고용하기 어렵다고 인정하는 직종의 근로자가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는 업종’으로 분류돼 왔다. 예를 들면, 학교의 상시근로자가 1000명이라면 700명에 대해서만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적용하는 것이다. 2008년에 학교 30%, 병원 20%였던 이런 적용제외율이 점점 줄어들어, 작년부터는 완전히 이 제도가 없어지게 돼 부담금도 늘어나고 장애인 고용률도 떨어지게 된 것이다.
의료기관은 전체 인원의 절반 이상이 간호사이고 4분의 1이 의사, 나머지가 의료기사와 약사 등 80% 이상의 직원이 자격증을 가진 전문인들로 구성돼 있다. 사정이 그러하다 보니 일단 자격증을 가진 장애인의 수효가 너무 적어 인재풀을 찾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특히 병원 인력의 60% 가까이 차지하는 간호사는 실질적으로 장애인이 그 업무를 수행하기가 어렵고 자격증 취득이 힘들어, 장애인 간호사는 간호사로 일하다가 후천적인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인이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대안은 있다. 몇 년 전부터 장애인을 많이 고용한 하도급 기관에 일을 맡기면 연계고용을 인정받게 돼 이 제도를 활용해 의무고용률을 채우려고 해왔다. 그러나 전문성 있는 업체가 부족해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세탁이나 콜센터 등 장애의 유형에 따라 장애인들이 잘할 수 있는 업종을 개발하고 이런 장애인 사업장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과 제도적 지원, 학문적인 연구가 뒷받침돼야 연계고용제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100명을 고용한 업체나 8000명을 고용한 업체나 획일적으로 똑같은 의무고용률을 적용받게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더구나 업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장애인 고용을 산술적으로만 파악해 적용하는 것은 탁상행정의 전형이라 할 만하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화두가 ‘무상 복지’에서 일자리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의 일등공신인 의료기관이 장애인 고용 저조기업으로 낙인찍혀 사회의 지탄을 받게 된다면 이는 아이러니라고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신고졸시대’라 불리며 나만의 전문성을 갖춘 고졸 인재 채용이 새로운 사회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다음 순서는 장애인이다. 단지 의무고용률을 채우기에 급급한 일시적이고 형식적인 미봉책을 뛰어넘어 ‘신장애인시대’를 열어갈 통합적인 장애인 인재개발 정책을 만들기 위해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때다.
백수경 < 인제대학원대 학장 · 객원논설위원 skpaik@inje.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