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32년 전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경제정책인 ‘레이거노믹스’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막대한 예산 적자와 높은 실업률, 낮은 경제성장률, 치솟는 에너지 가격 등 현재 미국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가 레이건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1980년 당시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레이건은 현재와 같은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대통령직을 넘겨받았지만 과감한 예산 감축과 감세, 규제 완화를 통해 25년간에 걸친 미국 경제의 ‘대안정기’를 이끌어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같은 문제는 같은 해결책으로 풀어야 한다”는 사설과 함께 1980년 11월16일 밀턴 프리드먼(1976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등 13명의 경제정책조정위원회 위원들이 당시 레이건 대통령 당선자에게 보낸 서신을 공개했다.

◆작은 정부로 민간부문 키워라

경제정책조정위원들은 서신에서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가장 시급한 일은 인플레이션을 잡고 과도한 예산을 줄일 것이라는 확신을 시장과 국민들에게 주는 것”이라고 썼다. 위원들은 “과도한 예산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감축하기 위해서는 즉각적이고 강력한 실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감한 감세를 통해 민간 부문의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인소득세와 자본소득세율 인하가 이들이 내놓은 감세안의 골자다. 내륙 산업단지에 대한 세제 혜택과 상속세·초과이윤세 인하도 함께 제안했다. WSJ는 “이 같은 제안은 ‘세금이 경제성장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레이건 대통령 전임)이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생각과 다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규제 완화가 최우선 순위

레이건 경제정책 조언자들은 “현재 겪고 있는 경제 문제의 대부분은 시장 원리가 아닌 정치 원리에 의해 내려진 결정들 때문에 생겨난 것”이라며 과감한 규제 완화를 주문했다. 위원들은 카터 전 대통령이 이란 혁명으로 치솟은 유가를 잡기 위해 가격 통제를 실시했다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점을 지적했다. “임금 및 가격안정 위원회와 가격 가이드라인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원들은 “규제 개혁의 우선순위를 예산 및 세금정책과 동일한 선상에 놓아야 한다”며 “이를 주도할 전문성 있고 추진력 있는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라

서신은 개별 정책 조언뿐 아니라 정책을 집행하는 태도와 방식을 기술하는 데도 상당한 분량을 할애했다.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 경제주체들이 미래를 예측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기업들이 장기 계획을 세워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어 중앙은행(Fed)이 안정적이면서 점진적으로 통화를 확대해 물가안정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WSJ는 “2008년 시작된 Fed의 양적완화 정책을 놓고 혼선이 빚어지면서 경제 불확실성이 증폭돼왔다”며 “차기 Fed 의장은 ‘안정적으로 통화정책을 집행해야 한다’는 레이건 경제자문들의 조언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