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이 이달 들어 큰 폭으로 떨어지자 기관투자가들이 저가쇼핑에 나서고 있다.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탈퇴 우려로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유동성이 급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내던진 주식을 기관이 주워 담는 모습이다.

삼성SDI도 그런 종목 중 하나다. 외국인을 중심으로 매도 압력이 강해지자 기관이 발빠르게 쓸어담는 중이다. 최근 한 달 새 기관이 순매수한 삼성SDI 주식은 182만여주에 이른다. 이 기간 단 이틀을 빼고 기관은 연일 ‘사자’에 나섰다. 이는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 신규 사업 가시화, 그리고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지분 가치에 대한 불확실성 제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1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1조3767억원, 영업이익 670억원, 순이익 1120억원을 올렸다.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이익수준을 나타냈다. 향후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잘 팔리고 있어 여기에 들어가는 2차전지를 만드는 삼성SDI의 수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출시를 앞두고 있는 ‘갤럭시S3’가 사전예약만 1000만대에 육박하는 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김영우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갤럭시S3는 전력 소비가 상대적으로 클 것이기 때문에 연속통화나 대기시간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기 위해 고용량 배터리를 채택할 것”이라며 “삼성SDI가 최대 수혜를 볼 것 같다”고 진단했다.

증권사들의 올 2분기 삼성SDI 영업이익 추정치 평균은 약 800억원이다. 이는 전분기 대비 20%가량 증가한 것이다. 대우증권 930억원, LIG투자증권은 894억원, 신영증권 830억원, 솔로몬투자증권 800억원, 키움증권 789억원, HMC투자증권 679억원 등의 순으로 예상치를 제시했다.

휘어지는 디스플레이의 스마트폰 적용은 배터리 업체들에 새로운 기회란 분석도 있다. 이승철 신영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의 화면은 자유롭게 휘는 형태로 진화가 예상되나 2차전지는 마음대로 구부릴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며 “이에 따라 여러개의 초소형 셀로 나눠 부착하거나 셀을 2개로 쪼개 위아래에 부착하는 방법 등이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SMD가 삼성전자에서 분사된 삼성디스플레이와 합병하면서 합병비율이 나쁘지 않게 책정된 것도 호재로 평가된다. 강윤흠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삼성SDI의 SMD 보유지분 가치가 4조2700억원으로 평가돼 삼성디스플레이에 대한 삼성SDI의 지분은 15.22%로 결정됐다”며 “시장에선 3조5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대를 웃돈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