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연 4%가 넘는 각종 고금리 특판 예·적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산업은행이 역마진 논란 속에 최고금리 연 4.5%의 KDB 다이렉트 예금을 내놓자 다른 은행들도 고금리 상품을 출시하는 등 은행권의 고객 유치전이 치열해진 탓일 것이다. 경쟁에 익숙지 않은 국내 은행들이 서로 높은 금리를 주겠다고 나서는 것은 고객 입장에서는 좋은 일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은행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된다는 데 있다. 막상 우대금리 상품에 가입하려면 대다수 은행이 이런저런 까다로운 조건을 내건다. 아파트관리비 자동이체, 주택청약종합저축 신규가입, 은행계열 카드 결제계좌 지정과 같은 요구조건을 내걸기도 하고 특판예금 가입자격을 은행 신규거래자나 특정 연령층으로 제한하기도 한다. 심지어 은행과는 무관한 특정 브랜드 제품을 사야 우대금리를 적용해주는 경우도 있다. 고객을 유인한 뒤 다른 상품을 끼워팔거나 부담을 지우는 오래된 수법이다. 은행들까지 미끼 마케팅을 일삼는다는 얘기로 결과적으로 대부분 고객들에게 4%대 우대금리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물론 은행들은 법을 위반한 것도 아니고 이같은 고객 유치관행은 정상적인 영업행위의 일부라고 주장한다. 불완전 판매는 아니라는 얘기다. 역마진을 보며 예금유치를 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하소연도 한다. 하지만 대부업체도, 저축은행도 아닌 제1금융권이라고 불리는 은행이 이처럼 얄팍한 상술로 고객을 미혹시켜서야 되겠는가. 더욱이 예대마진과 수수료 수입으로 앉아서 떼돈을 버는 게 바로 우리나라 은행들이다.

저금리가 장기간 지속된 데다 증시와 부동산시장 침체로 그렇지 않아도 돈 굴릴 곳이 마땅치 않다는 요즘이다. 은행 특판예금에 많은 사람이 솔깃하는 것도 그래서다. 그런 고객을 상대로 고금리 꼼수나 부리는 게 지금 은행들의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