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5월21일 오후 1시59분 보도

김병주 회장(사진)이 이끄는 국내 최대 토종 PEF(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흔들리고 있다. 1호 펀드에서 투자한 HK저축은행, 씨앤앰(C&M), 대만 갈라TV 등은 투자금 회수에 의문이 붙었고, 2호 펀드는 저조한 소진율로 고전하고 있다.

○HK저축은행 매각 실패

‘김병주’라는 이름 석자는 국내 PEF시장에서 흥행 보증수표나 다름없었다. 2005년 출범한 MBK파트너스가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에서 사들인 기업만 16개에 달한다. 이들의 매출액은 20조원이 넘는다.

MBK가 운용하는 자금은 38억달러 규모로 알려져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연금,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해외 큰손들이 기꺼이 돈을 댔다.

MBK는 국내에서 2개의 사모펀드를 등록했다. 2005년에 1조원 규모의 ‘MBK파트너스 1호’를 만들었다. 한미캐피탈(현 우리캐피탈)에 대한 투자가 성공하면서 2008년 2호 펀드를 설정했다. 설정액이 1조5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성공가도를 달리던 MBK에 브레이크가 걸리기 시작한 건 지난해 HK저축은행 매각에 실패하면서부터다. MBK는 지난해 매각을 시도했지만 저축은행 영업정지 여파로 실패했다.

MBK는 내부 수익률(IRR)을 고려할 때 HK저축은행의 매각 가격이 적어도 3000억~4000억원은 돼야 한다고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수·합병(M&A) 업계는 2000억원도 받기 어려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2호펀드 소진율 저조

미디어 사업에 대한 투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작년 12월 매각이 완료된 것으로 알려진 대만의 갈라TV만 해도 자금 회수가 지연되고 있다. MBK 관계자는 “대만 규제 당국이 매각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MBK가 투자한 16개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돈을 쓴 씨앤앰 건은 고가 인수 논란에 휩싸여 있다.

2008년 설정한 2호 펀드는 소진율이 높지 않다. 두산테크팩 KT렌탈 등에 투자했지만 그 뒤 마땅한 투자 대상을 잡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하이마트, 웅진코웨이 등 현재 진행 중인 대부분 딜에 뛰어드는 등 문어발식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MBK가 최근 어려움에 처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성공의 함정’을 꼽고 있다. 김 회장은 칼라일아시아 대표 시절 한미은행을 비롯 한미캐피탈 등 금융 분야에서 손에 대는 것마다 성공을 거뒀다. 이에 힘입어 HK저축은행을 인수했다가 발목을 잡혔다. 2007년 대만 차이나네트워크시스템스 투자에서 거둔 성공을 발판으로 미디어 사업 투자에 나섰다가 애매한 상황에 처했다.

박동휘/안대규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