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공전의 고질병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되풀이될 것 같다. 오는 30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19대 국회 원(院)구성 문제를 놓고 여야가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아 초반 공전이 불가피해졌다. 내달 5일 개원하기로 한 약속은 지켜지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상임위 구성문제부터 국정조사까지 합의된 게 하나도 없어 19대 국회도 정상적 개원이 어렵게 됐다”고 했다. 국회법 제1장 제5조에 따르면 총선 후 첫 본회의는 임기 개시(5월30일) 뒤 7일 안에 열어야 한다. 이때 국회의장단을 선출하도록 했다. 상임위 구성은 첫 본회의부터 3일 안에 마쳐야 한다. 그렇지만 13대 국회 이후 이를 한번도 지키지 않았다. 13~18대 국회가 원 구성에 걸린 기간은 평균 44일이었고, 18대 국회에선 임기 시작부터 88일 동안 국회가 돌아가지 않았다.

올해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있어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의 기싸움이 더욱 치열하다. 가장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것은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다. 대선을 앞두고 주요 쟁점을 다루게 될 법제사법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정무위 등 위원장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가 초점이다.

새누리당은 법사위원장, 민주통합당은 문방위원장을 양보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새누리당은 윤리위원장을 야당에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은 위원장 자리를 원내 교섭단체 의석 수를 기준으로 새누리당 10개, 야당 8개로 배분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각각 9자리씩 나누자며 맞불을 놓고 있다.

상임위를 늘리는 문제를 놓고도 입장차가 크다. 민주당은 업무 관할 범위가 넓은 문방위와 정무위를 각기 두 개로 쪼개 상임위를 늘리자고 하지만 새누리당은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여야가 이렇게 물러서지 않으면서 협상 재개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국회가 공전(空轉)할 때는 세비를 반납하라”는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아직 바뀐 게 없다. 국회 관계자는 “여야 모두 개원 지연을 관행처럼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19대 국회는 법을 지키는 것으로 임기를 시작하기를 기대해 본다. 현역 의원 62%가 물갈이된 이번 국회는 뭔가 달라질 것이라는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지 않기 바란다.

이현진 정치부 기자 apple@hankyung.com